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49 추태 강민경 2012.03.21 118
448 볶음 멸치 한 마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29 118
447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18
446 시조 짓밟히더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30 118
445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8 118
444 2017년 4월아 하늘호수 2017.04.26 118
»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하늘호수 2017.05.02 118
442 사랑의 선물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12.24 118
441 보훈 정책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5.16 118
440 대청소를 읽고 박성춘 2007.11.21 117
439 心惱 유성룡 2008.02.22 117
438 봄바람이 찾아온 하와이 / 泌縡 김원각 泌縡 2019.06.15 117
437 사랑은 그런 것이다/강민경 강민경 2018.10.14 117
436 짝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13 117
435 바람, 나무, 덩굴나팔꽃의 삼각관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17
434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17
433 아! 그리운 어머니! - 김원각 泌縡 2020.11.11 117
432 행운幸運의 편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5 117
431 시조 사월과 오월 사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1 117
430 국수집 1 file 유진왕 2021.08.12 117
Board Pagination Prev 1 ... 87 88 89 90 91 92 93 94 95 9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