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걸음 / 성백군
이른 아침
시멘트 포장도로 위를
달팽이 한 마리 느릿느릿 한가롭다
해가 뜨거나 말거나
생사를 초월한 저 배밀이 걸음에
갈길 바쁜 나도 어쩔 수 없이 피해 간다.
빨리 가겠다고 앞에서 걸리적거렸다면
아마, 밟고 지나갔을 텐데
천하태평 느림보 걸음이라
급한 내가 돌아갈 수밖에
저 달팽이 저렇게 가면
하루를 백 년으로 살겠다
빨리 가 봐야 죽기는 마찬가지,
나도 저 달팽이를 닮아 느리게 살면
사람의 기대수명 치수가 천년은 될 텐데
1409 - 072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