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질과 속 / 성백군
언덕 위
젊은 나무는
껍질이 너덜너덜 합니다
아프겠다
오르막이라 너무 힘들었나
크자면, 벗겨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고
실패도 해봐야 된다고 성경이 말한다
‘환란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그러면 우리 집 물감 나무는?
수령이 백 년이 넘는 고목인데
속이 텅 비웠다
동네 아이들이 열매를 다 따도
우듬지 몇 안 남은 홍시를
까치가 파먹고 가도 불평 한마디 없다
얼마나 파내야
속이 넓어져 저 고목처럼 될 수 있으려나
욕심은 없앨 수 있어도 속을 다 파내기는 쉽지 않다고
내 늙음이 신음합니다
1422 – 08302024
*시산맥 카페회원 추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