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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사회

2006.12.16 01:15

윤석훈 조회 수:725 추천:52

밤새 던져 두었던 이름 들고
어둠 갓 깨고 나온
짐승과 식물의 씨앗들을
호명하며 산에 오른다
산정에 서서 두 팔 벌리면
이름들의 춤굿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얼굴에는
오랫동안 갇혀있던 독방 냄새가 난다
보이지 않는 것들로
보이는 것들의 이름 부르면
바람에 흔들리던 이름이
알몸 위해 옷을 벗는다
제 몸 아닌 것으로만
자신을 알리는 바람의 사회에는
처음부터 이름 같은 건 없었으리라
이름이 없었으므로
자기 아닌 것들과 어울려
하나가 되었으리라
붙였던 이름 다시 지우며
꽃잎 따듯 이름 따서
흐르는 강물에 던진다
이름 없는 바다에 바람은 가라앉고
해저에는 진흙만 고여 있다
바람의 바다에는 이름 없는 물고기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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