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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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겐빌리아
2006.11.18 15:03
햇볕 드는 곳이나 그늘 드는 곳이나 이국의 땅은 모래처럼 서걱거리지 귀뚜라미도 이국어로 노래하고 내 힘껏 밟는 산 속의 황토도 내 것 같지 않아 사람 사는 모습이야 어딘들 다르겠냐만 그래도 물에 기름처럼 어긋나기도 하는 거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 요즘 한 여인을 아침 산책길에 만났지 뭐야 머리 정갈하게 파마하고 화끈하게 꽃잎 꽂고 화사하게 웃는 여인의 자태에 숨이 콱 막혀버리는 거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자세히 보니 여인의 몸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염통에 불이 붙을 뻔 했다니까 모든 말들은 꽃이었고 모든 노래는 입술이었고 입술은 몸이었고 동시에 온몸이 성감대인 여자 생각해 봐 지구 온난화다 생태계 파괴다 웰빙 식품이다 떠들어 대는 세상인데 이토록 건강한 여자를 어디가서 만나겠냐구 그후로 아침산책이 하루 일과 중 제일 중요한 행사가 되어 버렸어 그 여인의 활화산 같은 위치 에너지를 받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쓰러져 버릴 것 같은 기분 이해할 수 있겠어? 새벽마다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왕성한 힘으로 이국의 나날은 만사형통 이었다니까 그런데 여인에게 또 하나 놀란 것은 쉬지 않고 뽑아내는 꽃이며 잎이며 완벽한 곡선미는 어떻고 어느 상황 어느 환경이든 맞추어서 몸을 만드는 여자 육감적이고 정열적인 여자이지만 그녀에게는 가시가 있어 범접할 수 없다는 거야 어쩌면 그것이 그 여자에게 미치도록 빠져버린 이유인지도 몰라 모든 매력을 지녔으나 함부로 근접할 수 없는 여자 그 여자의 모습을 아침마다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이국생활의 최대 수확일 터 오래 오래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 어차피 내 밟는 곳 어디든지 고구려 땅이라 생각하고 못질 쾅쾅 하듯 이국의 삶 꾸려나가 보는거야 몸으로 꽃으로 잎으로 가시로 열정의 삶 혼신 다해 보여주는 그녀에게 단 한 번 뿐인 내 목숨 꽃잎처럼 던져보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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