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훈의 창작실
| 윤석훈의 창작실 | 내가읽은좋은책 | 독자창작터 | 목로주점 | 몽당연필 | 갤러리 | 공지사항 | 문학자료실 | 웹자료실 | 일반자료실 |
손바닥
2007.10.05 18:16
욕조에 물 틀어놓고 변기에 앉아
김종철의 시집 <못에 관한 명상>을 읽는다
욕조에 떨어지는 물소리 듣다가
무심히 욕조 모서리에 붙박혀 있는 거미를 본다
명상에 잠겨있던 그의 몸 위로
물이 차오르자 서툰 탈출 시도하는데
욕조의 벽이 미끄러워 나뒹군다
수십번 반복되는 노력에도 절벽을 오르지 못하자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서 못 박는 소리 들리다 이내 조용해진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둘둘 감아잘라
생명의 두레박처럼 그에게 풀어주었다
정신 차린 그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무사히 득도得道 하였다
화장지를 펴서 욕조의 턱을 넘겨
세상 밖으로 길을 내 주었다
저항하는 발길은 아름다운가
애써 다른 길 고집하는 여덟 개의 목발에
전등빛이 먼지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욕조 입구의 수직으로 뻗은 반들반들한 문틀을
오르고 오르다가 땀 다 쏟은 그가
욕조에 다시 빠지고 말았다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리려다가
뒤돌아 서서 손바닥을 물 속으로 집어 넣었다
병아리 가슴털 같은 그의 몸이
손바닥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금요일 밤의 일이었다
김종철의 시집 <못에 관한 명상>을 읽는다
욕조에 떨어지는 물소리 듣다가
무심히 욕조 모서리에 붙박혀 있는 거미를 본다
명상에 잠겨있던 그의 몸 위로
물이 차오르자 서툰 탈출 시도하는데
욕조의 벽이 미끄러워 나뒹군다
수십번 반복되는 노력에도 절벽을 오르지 못하자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어디서 못 박는 소리 들리다 이내 조용해진다
두루마리 화장지를 둘둘 감아잘라
생명의 두레박처럼 그에게 풀어주었다
정신 차린 그가
조금씩 움직이더니 무사히 득도得道 하였다
화장지를 펴서 욕조의 턱을 넘겨
세상 밖으로 길을 내 주었다
저항하는 발길은 아름다운가
애써 다른 길 고집하는 여덟 개의 목발에
전등빛이 먼지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욕조 입구의 수직으로 뻗은 반들반들한 문틀을
오르고 오르다가 땀 다 쏟은 그가
욕조에 다시 빠지고 말았다
화장실 문을 쾅 닫고 나가 버리려다가
뒤돌아 서서 손바닥을 물 속으로 집어 넣었다
병아리 가슴털 같은 그의 몸이
손바닥에서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금요일 밤의 일이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4 | 몫 | 윤석훈 | 2010.05.11 | 735 |
193 | 바람의 사회 | 윤석훈 | 2006.12.16 | 725 |
192 | 각별 | 윤석훈 | 2010.05.11 | 722 |
191 | 나무/아내에게 | 윤석훈 | 2007.10.02 | 720 |
190 | 아보카도 | 윤석훈 | 2010.11.29 | 716 |
189 | 장미꽃 지다 | 윤석훈 | 2005.10.17 | 713 |
188 | 풋고추/거울 앞에서 | 윤석훈 | 2010.05.11 | 710 |
187 | 가시내 | 윤석훈 | 2010.04.25 | 709 |
186 | 호두를 까다 | 윤석훈 | 2006.12.01 | 709 |
185 | 덤을 위한 노래 | 윤석훈 | 2009.12.08 | 704 |
184 | 기침하는 새 | 윤석훈 | 2008.05.27 | 700 |
183 | 냉장고와 노래방 | 윤석훈 | 2007.10.10 | 700 |
182 | 장맛비 | 윤석훈 | 2007.10.05 | 698 |
181 | 가을비 | 윤석훈 | 2005.09.25 | 698 |
180 | 다리 | 윤석훈 | 2005.12.14 | 697 |
179 | 바다노래방 | 윤석훈 | 2007.05.07 | 694 |
178 | 사선(斜線)의 이유 | 윤석훈 | 2007.10.30 | 693 |
» | 손바닥 | 윤석훈 | 2007.10.05 | 692 |
176 | 安樂死 | 윤석훈 | 2006.02.23 | 687 |
175 | 만월滿月 | 윤석훈 | 2006.12.04 | 68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