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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2010.05.13 14:21
금을 그어 보는 거죠 잃어버린 속옷과 지금 신고 있는 신발, 앞으로 다가올 모자에 대해서 금을 그어 보는 거죠 호수가 출렁거리죠 물결에 금이 가는 거죠 잔잔했던 수면에 풍랑이 일죠 머리든 뒷꿈치든 잊고 산 것들에 대한 추억이 봄비처럼 떠오르는 거죠 잠겼다고 다 잊었다고 생각한 것들이 말이죠 지나쳐서 병이 되었던 것들도 얼굴을 내밀게 되죠 젊은 객기로 떠나보냈던 첫사랑 같은 것도 말이죠 물에 불어 떠오르게 되는 것이죠 역설이 가능하다는 얘기죠 봄비로 보냈던 시절을 봄비가 다시 재생시켜주는 거죠 신고 있는 신발에 통증이 쌓여도 신발을 벗지 않는 거죠 모자를 향하여 풍선처럼 하늘로 떠오르는 거죠 땅끝에 사는 구름이 어깨까지 내려와도 말이죠 신발이 꽁꽁 시간을 묶어 놓는다해도 사는 것이 금을 긋는 일,나부끼는 것이 휘파람인 것을 느끼는 거죠 그래서 또 금을 긋게 되고 휘파람을 불어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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