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길을 가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나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옷이 흠뻑 젖었다

내 어릴 적

고향 마을은 가난했지만

지붕마다 처마가 있어

비가 오면 피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백배는 잘 사는데

눈 씻고 봐도 처마는 없다

지붕 위에 화단은 있지만, 처마는 없다

처마가

인심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만

내 마음엔 잘 살수록 점점 저만 알고

인심이 각박해지는 세상 같아서

느닷없이 오늘처럼 비를 맞는 날이면

피할 처마가 있는 옛집이 그립고

까닭 없이 비에게처럼 남에게 당하다 보면

꼭 낀 짧은 치마를 입고 몸매 자랑하는 젊은 여자보다는

폭넓은 한복 치마를 즐겨 입으시고

그 폭으로 늘 나를 감싸주시고 보호해 주시던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평생 화장품 한번 안 쓰셨던 어머니가 보고 싶어진다

보기에 좋다고, 살림이 넉넉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사는 게 좀 그렇다

 

    813 - 0428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30 물고기의 외길 삶 강민경 2017.08.03 221
1229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234
1228 석양빛 강민경 2017.07.22 211
1227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229
1226 임 보러 가오 강민경 2017.07.15 195
1225 7월의 생각 강민경 2017.07.07 227
1224 그래도와 괜찮아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01 148
1223 사람에게 반한 나무 강민경 2017.07.01 155
1222 행복은 언제나 나를 보고 웃는다 file 오연희 2017.06.30 182
1221 여행-고창수 file 미주문협 2017.06.29 195
1220 물 춤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25 232
1219 하늘의 눈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9 224
1218 납작 엎드린 깡통 강민경 2017.06.18 218
» 처마 길이와 치마폭과 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5 311
1216 길 잃은 새 강민경 2017.06.10 224
1215 초여름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6.10 221
1214 터널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7.06.05 285
1213 바람의 면류관 강민경 2017.06.01 220
1212 그리운 자작나무-정호승 미주문협 2017.05.31 307
1211 꽃의 결기 하늘호수 2017.05.28 215
Board Pagination Prev 1 ... 49 50 51 52 53 54 55 56 57 58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