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7 17:37

쥐 잡아라 / 성백군

조회 수 1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쥐 잡아라 / 성백군

 

 

여보, 내 다리

자다가 깨어 다리가 아프다며 종아리를 주무르는 아내

나도 함께 거든다

 

쥐다!

요즘 들어 부쩍 자주 찾아오는 쥐

옛 초등학교 시절

꼬리 끊어 학교에 바쳤던 꼬리 없는 그 쥐가

쥐가 되어 60년 만에 찾아온 건가?

그동안 맺힌 한을 풀겠다고 날을 세운다.

 

쥐새끼님,

사실은 좀 창피한 일이지만

그때 쥐새끼님 꼬리는 다 쥐새끼님 꼬리가 아니고요

반은 오징어 뒷다리와 무 꼬랑지지요

껍질을 벗기고 숯검정에 버무린 가짜 꼬리입니다

당신을 위하여 자비를 베푸느라 선생님까지 속였는데…,

이제 알았으면 좀 나가 주시지요

마지막 경고입니다. 말 안 들으면 다시

다락 양쪽 창에 구멍을 뚫고 어머니 할머니를 불러

창 바깥 구멍에 부대를 대고 선전포고를 할 것입니다.

다락 안 내 막대기의 살기가 어떤지는 쥐새끼님이 더 잘 아시겠지요?

당신은 부대 안에 든 귀한 쥐놈이 될 거고요

 

여보, 마누라

나 왜 이래, 자꾸 발바닥이 비틀려

칠십 대 쥐는 공갈쳐도 안 속고 오히려 대드니

오징어 뒷다리, 무 꼬랑지 같은 것으로

쥐 잡았다고 약수 쓰지 말고

음식 가려먹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살살 달래야 한다고

동네공원 산책길 코스가 날마다 저녁때가 되면

쥐 잡아라. 쥐 잡으라 하며 나를 부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87 시조 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17 51
386 줄어드는 봄날 새벽 배미순 2007.04.20 245
385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김우영 2011.06.18 1181
384 중국 바로알기 김우영 2013.03.07 944
383 중년의 가슴에 2월이 오면-이채 오연희 2016.02.01 606
382 시조 중심(中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7 106
381 시조 중심(中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02 175
»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177
379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4.24 265
378 지금 가장 추운 그곳에서 떨고 있는 그대여 이승하 2008.02.08 563
377 시조 지금 여기의 나(我)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27 120
376 시조 지금은 생리불순, 그러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15 88
375 지나간 자리는 슬프다 강민경 2010.02.20 760
374 시조 지는 꽃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1.29 111
373 지는 꽃잎들이 강민경 2016.03.26 272
372 시조 지문指紋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06 65
371 지상에 내려온 별 강민경 2014.04.03 187
370 지상에 별천지 강민경 2019.09.23 175
369 지상에 숟가락 하나 김우영 2012.01.10 542
368 지식인의 말 안경라 2007.09.28 468
Board Pagination Prev 1 ... 90 91 92 93 94 95 96 97 98 9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