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만 보면은

2014.03.04 11:42

박영숙영 조회 수:0

좋은 것만 보면은


                 박영숙영


수액처럼 하얀 식탁 위에
꽃다발처럼 장식된 진귀한 음식을 보면은
백화점에서 시장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름다운 옷들을 보면은 부모님 생각이 난다

예쁜 꽃들, 아름다운 경치만 보면은
건강에 좋다는 약 광고만 보면은,
조약이라 풀 뿌리 즙을 내어 드시고
천식에 좋다고 진달래 약술 담가 드시고
삶과 죽음 사이를 헤맸던 응급실
못다 한 효도가 뻘겋게 홍수 져 내리는 가슴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엄마가 생각이 난다

거대한 유리창 넘어
별빛처럼 빤짝이는 까만 구두를 보면은
평생을 등 휘도록 삶의 고개 넘는다고
좋은 옷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좋은 곳에 구경 한번 가보지 못하고
구두 한 켤레에 평생을 담고서 살아오신
나에게 피를 주고 뼈를 주신
목매도록 부르고 싶은 아부지 생각이 난다

홀연히 집을 나가 허공 속으로 사라지신 아부지는
어느 거리에서 목마르고 배고픈 고통속에
혹은 어느 대학병원에서
인체 해부용으로 생을 마감하셨을까?
용서받지 못할 이 대 죄인의 가슴에
절절히 피 흐르는 그리움

중풍으로 쓰러져서
목마른 고통이 목을 조여와도
“목마르다”
말 한마디 못하고 떠나가셨을 엄마
세상에 좋은 것만 보면은
민들레처럼 살다 가신
그리운 두 분이 생각이 난다.



시집:사부곡 아리랑 / 아버님께 바치는 헌시 ㅡ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