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2014.04.14 23:58

박영숙영 조회 수:0

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박영숙영


그래, 힘들겠지
사노라면 한번쯤은  
부대껴서 휘청거릴 때도 있겠지
그러나 희디흰 너의 날개
악취로 물들어 꺾이기야 하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서리인지 흰 눈인지
먼지인지 밀가루인지
흰옷입고 마음 감춘 무리 속에서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어울렸다 한들
풀물 들은 네 가슴이 변하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높은 절벽
돌 틈 사이에 뿌리를 걸치고 서 있는
소나무 위에 깃을 친다 한들
황사바람 솔잎 사이로 내보내며
산밑 계곡
지층에서 솟아나 흘러가는
무성한 물의 노래 마음 씻고 몸을 씻어
고개 숙여
목줄기타고 흘러 순백의 영혼을 가진
너 백로야
  
시리도록 푸른 창공 속으로
백옥 같은 날개 펴고 자유로이 나는 새야
높이 나는
꿈아~


시집: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