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10 16:00

그 살과 피

조회 수 27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살과 피/ 채영선 시인

 

 

한없이 작아지고 싶은 첫 번째 주일

이력이 난 풀무 구덩이에서

데고 부풀어져 단단한 껍질마저

부수어 내주어도 아깝지 않은 당신

 

첫 페이지 첫 음절부터

마지막 장 아멘까지

건더기 없이 녹아들어

우주를 품은 레시피로 만든 명품 덩어리

 

- 내어던진 당신의 의지

아버지 뜻대로 휘어진 아들의 모습

덩그마니 홀로 하얀 보자기 안에서

얼마나 가슴 뭉클하셨을까

 

기침도 안하고 벗겨 제치는 무례와

씻지 않은 손으로 주고받는 부끄러움에도

나란히 둘러서는 게 끔찍이도 좋아서

때마다때마다 찾아오시는 당신

 

기꺼이 내주시는 피 묻은 한 조각

뻣뻣한 목으로 끝내 삼키고 마는

그날까지 성숙하지 못할 그대와 나는

눈 감은 하늘 아래 널브러져

나팔소리만 기다리는 마른 뼈다귀들

 

 

------------

감리교회에서는

매월 첫 주 성찬식을 합니다.

할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기도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른 뼈다귀인 것만 같습니다

우리 모두...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07 비와 외로움 강민경 2018.12.22 270
606 인연이란 김사빈 2012.03.04 272
605 지는 꽃잎들이 강민경 2016.03.26 272
604 신아(新芽)퇴고 유성룡 2006.03.03 273
603 겨울 바람과 가랑비 강민경 2006.01.13 275
602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275
601 나 팔 꽃 천일칠 2004.12.30 276
600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276
599 봄 볕 천일칠 2005.01.31 277
598 날지못한 새는 울지도 못한다 강민경 2008.10.12 277
597 일 분 전 새벽 세시 박성춘 2009.01.24 277
596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277
595 담쟁이에 길을 묻다 성백군 2014.12.30 277
594 수필 세상의 반(半)이 ‘수그리’고 산다? son,yongsang 2016.02.14 277
593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277
» 그 살과 피 채영선 2017.10.10 277
591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78
590 헬로윈 (Halloween) 박성춘 2011.11.02 278
589 선잠 깬 날씨 강민경 2013.02.13 278
588 수필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박영숙영 2016.04.29 278
Board Pagination Prev 1 ... 79 80 81 82 83 84 85 86 87 8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