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시인과 어제 무슨 말을 하다가
세상에 참. 말도 안 되는 말만 살살 골라
하는 짓거리가 시라는 말을 하고 나서
자기가 한말에 스스로 놀라서 좀 킥킥댔어요
말이 안 되는 말, 생각이 안 되는 생각
또 있어요, 느낌이 될 수 없는 느낌 같은 것들이
이른 봄 산수유를 보니까 자꾸 솟는 거에요
오늘 새벽에도 말이 안 되는 이상한 꿈을 꾸고
이게 어찌된 거지? 하며 놀라 일어나서
아, 시가 꿈 같은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덜컥 들었어요
사라지는 실존의 산수유도
카메라 렌즈에 잡혀 끝이 없어진 산수유도
금방 꾼 꿈처럼 말이 안 된다는 느낌인 거에요
산수유들이 내 시 속에서 꼼지락대며 자면서
내 짧은 실력으로는 전혀 알아낼 수 없는
자기네들만의 꿈을 꾼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난 다음에
머리를 잘 정리하고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추운 봄날 산수유들이 정말로 몸을 콱콱 비틀면서
관자놀이가 시뻘개지도록 춤을 추고 있는 거에요
© 서 량 2005.04.01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905 | 시 | 겨울바람 | 하늘호수 | 2017.02.19 | 97 |
1904 | 시 | 물구나무서기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2.22 | 97 |
1903 | 시 | 벚꽃 | 작은나무 | 2019.04.05 | 97 |
1902 | 시 |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6.25 | 97 |
1901 | 시조 | 넝쿨찔레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12 | 97 |
1900 | 시 | 망할 놈의 성질머리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2.01.25 | 97 |
1899 | 시조 | 거울 앞에서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09 | 97 |
1898 | 시조 | 연(鳶) / 천숙녀 1 | 독도시인 | 2021.03.16 | 97 |
1897 | 시 | 국수집 1 | 유진왕 | 2021.08.12 | 97 |
1896 | 시 | 반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1.09.14 | 97 |
1895 | 시조 | 독도獨島 칙령의 날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4 | 97 |
1894 | 시조 | 난전亂廛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8 | 97 |
1893 | 시조 | 빛바랜 책가방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03 | 98 |
1892 | 시조 | 깊은 잠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5.01 | 98 |
1891 | 시조 | 독도칙령기념일獨島勅令紀念日이어야 한다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5 | 98 |
1890 | 시조 | 메타버스 플랫폼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7 | 98 |
1889 | 노을 | 이월란 | 2008.02.21 | 99 | |
1888 | 그리운 타인 | 백남규 | 2008.12.10 | 99 | |
1887 | 시 |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 박영숙영 | 2018.08.22 | 99 |
1886 | 시조 | 청국장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2.14 | 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