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 불량배들이
부모들 속 정말 많이 썩혔다
30대 후반 애숭이 훈육주임 반가름마 탄 머리가
정면에서 보면 원기왕성한 갈매기로 보이던 시절
그해 밴드부에서 두 명인가 퇴학을 맞고
하나는 자살하고 하나는 낙제를 했다
벽이 싸늘한 돌로 된
대낮에도 어둠침침한 밴드부 연습실
아리랑 행진곡 손가락이 힘든 부분을
갈매기 날갯짓하듯 연습하다가
학교 때려치우고 머리 파란 중이 되겠노라고
나는 드르렁 드르렁 드럼 치는 친구에게 뇌까린다
“공부 해서 대학 가면 뭐해!?”
“미친 소리 집어치고 나발이나 불어!”
44년 후 어느날 종일토록 비 쏟아져
서재 밖 아스팔트가 한참 갈아 놓은 벼루처럼
시꺼멓게 번질번질한 일요일 오후에
웬일로 그때 그 대화가 자꾸 생각난다
© 서 량 2005.07.3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10 | 詩가 꺾이는 사회 / 임영준 | 박미성 | 2005.08.13 | 271 | |
109 |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 2005.08.12 | 347 | |
108 | 이민자의 마음 | 강민경 | 2005.08.08 | 215 | |
» | 밴드부 불량배들 | 서 량 | 2005.08.03 | 299 | |
106 | 버릴 수 없는 것이 눈물 겹다. | 강숙려 | 2005.08.03 | 662 | |
105 | 계절과 함께하는 동심의 세계 - 백야/최광호 동시 | 백야/최광호 | 2005.07.28 | 392 | |
104 | 희망 | 백야/최광호 | 2005.07.28 | 248 | |
103 | 해바라기 | 백야/최광호 | 2005.07.28 | 211 | |
102 | 어젯밤 단비 쏟아져 | 서 량 | 2005.07.28 | 295 | |
101 | 새벽, 가로등 불빛 | 성백군 | 2005.07.28 | 295 | |
100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 임영준 | 뉴요커 | 2005.07.27 | 338 | |
99 | 낮달 | 강민경 | 2005.07.25 | 193 | |
98 | 생선 냄새 | 서 량 | 2005.07.24 | 315 | |
97 | 달의 뼈와 물의 살 | 성 백군 | 2005.07.16 | 419 | |
96 | 무 궁 화 | 강민경 | 2005.07.12 | 340 | |
95 | 앞모습 | 서 량 | 2005.07.10 | 375 | |
94 | 여행기 :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었던 시인을 찾아서 | 이승하 | 2005.07.10 | 809 | |
93 | 만남을 기다리며 | 이승하 | 2005.07.10 | 381 | |
92 | 유나의 하루 | 김사빈 | 2005.07.04 | 609 | |
91 | 믿어 주는 데에 약해서 | 김사빈 | 2005.07.04 | 4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