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2.05 19:27

품위 유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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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 유지비

뉴저지에서 온 최 집사의 차를 타고 오면서, 짧은 시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혼자서 오래 살고 있는 분이다. 혼자 사는 것이 몸에 배인 것인지 홀아비 티가 안 난다.
  
   나는 홀아비들과 친하게 지낸다. 가정이 있는 분은 부인과 동행하기 때문에, 부인 눈치 보느라고 더러 감추고, 보태어 말하여, 별로 친분을 나누지 못하는데, 홀아비들은 말상대 하기가 좋다. 더 진실한 것 갔다. 가식이 없다.

   최씨는 아들이 하와이 병원 레지던트로 일하기 때문에, 일 년에 몇 번씩 오고, 오면 일주일 묵고 간다. 그럴 때마다 뉴저지 말을 한다. 아들이 뉴저지 살기 때문에 뉴저지 산다는 것만 가지고도 아들 본 것처럼 반갑다.

   오늘은 차가 없어, 그분의 차를 타게 되었다. 최 씨는 이런 저런 말을 하다, 나이 들어 품위 있게 살고 싶다한다. 60이 되어가니 아름답게 늙어 가는 분을 보면 부럽다 한다. 인생을 품위 있게 살고 싶다고 하며 눈에 정이 어린다. 헤어 진 전 부인을 그리는지, 첫사랑을 그리는지 모른다.
  
  우리 집에 잠간 룸메이트로 있던 배씨에게 최 씨가 여생을 품위 있게 살고 싶다 하더라. 했다. 배씨는 하하 웃으면서 “품위 있게 살려면 유지비가 얼마나 드는 줄 아시오” 한다.

   그는 하하 웃지만, 말은 비장하였다. 아픈 상처가 들어 있음이 보인다. 나 역시 품위 유지비 란 말에 아픈 기억이 났다.  
  
   한국에 살던 동생의 남편이었던 분 (동생과 이혼한 사이다) 과 이혼을 할 때, 품위 유지비 때문에 이혼한 것이다. 자녀들이 학비가 없어도, 자가용에, 제 나는 바지, 샤스 , 입어야 하고, 하루에 다방에 커피 마실 돈은 있어야 했다.  분수에 넘치는 품위 유지비가 때문에, 동생은 싸우다 이혼하고, 미국에 와서 살고 있다.  

품위란 어디까지 갖추어야 품위가 있다 할까, 풍위 있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가,

숲속에 아담한 집 한 채 있고, 뒤 마당에 정원이 아담하고, 사철 늘 푸른 나무가 있고, 앞마당에는 꽃밭이 있어야 하고, 방안에 서재에 책이 꽉 차게 꼽혀 있고, 저녁에 퇴근 하는 남편 맞이하고, 잠시 서재에 들려 책을 손에 들고 쉼을 얻고, 아름다운 음악이 들으며, 저녁을 먹고 , 저녁 후에는 집 주변을 나란히 걸으면서, 하루에 일어났던 일들을 반추 하면서 위로 하고, 격려 하며, 저녁놀 속을 걸어 본다.  
  
  외출 때 옷은 제 옷을 입고, 양복바지 주름이 잘 세워지고, 잘 닦아진 구두를 신고, 주말이면 품위 있게,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우아 하게 저녁을 먹고,  적당히 오페라를 듣는, 가을이면 여행을 가고,  이런 생각은 고등학교 시절을 꿈이다.  
  
    내 친구 중에 정순이는 시골에 살아서, 우리 집 밑에 하숙을 치고 학교를 다녔다. 그 친구는 시골아이 같지 않게 청순가련형이다. 거기다 문학소녀였다. 방과 후, 학교 교정 뒷산에 올라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바라는 남편 형은 귀공자였다. 남편이 아침에 출근 하고, 저녁에 퇴근 하여, 서재에 앉아 책을 읽고, 차를 같이 마시며 인생을 논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서울로 왔고, 그 친구는 들리는 말에 부산으로 시집을 갔다한다.

십 년 후에 부산에 여행을 갈 기회가 생겨, 시골로 연락하여 주소를 알아 가지고, 친구 집을 찾아 갔다. 친구는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남편이라고 소개를 하는데, 덥수룩한 머리에 시골 머슴 같았다. 시집을 찾아가니,  시어머니, 동서,  함께 사는 대 가족 집안 인 것 같았다.

친구의 아들이 세 살 정도는 되었는데 귀동이라 불렀다. 시어머니와, 동서에게 찾아간 나를 친구라고 소개를 하는데, 반기지 않고, 무엇이 못마땅한지 잔소리를 했다. 친구는 나보기가 황망한지, “귀동아” 하며 아들을 안고, 울지도 안는 아이를 토닥거리고 있었다. 남편까지 대동하고 찾아간 나를 보고, 친구는 굉장히 황망하여 절절 매고 있다.

   친구가 말한 귀공자 생각이 나서, 귀공자한테 시집간다더니, 하였다. 친구는 옆구리를 쿡 찌르며, ‘시어머님이 들어“ 난색을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현실은 인정하며 사는 것이 편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다. 귀공자한테 시집간다던 친구를 바람결에 만나고, 30년이 지났다. 지금쯤 덥수룩한 남편이 귀공자 되어, 품위 있게 사는지 궁금하다.

품위 있게 살려면 유지비는 많이 들어요, 하던 배씨 유지비 얼마나 들었을까,  이 나이가 되어 살아온 길을 돌아보니, 학교 때 말한, 귀공자와 품위는   찾아 볼 수 없고, 잘 살아 보겠다고, 악착 같이 살아 왔다. 긴 세월 밤잠 설치며, 앞도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허겁지겁 살아왔다. 최 씨가 품위라는 말이  생소하여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의 삶 같았다.  

   품위유지비는, 내 얼굴값을 하는 것이 품위 유지비 아닐까 생각한다.  젊어서 살아온 연륜과 과정을 통하여 얻어진 알아진 삶의 지혜가 품위를 받쳐 주는 것 아닐까, 성실하게 정직하게 부지런하게 살아 왔으면 그것이 품위를 유지 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되기까지 품위 유지비가 많았다.

화가 나는 일도 적당히 웃어 줄 수 있는 여유, 남의 잘못을 그럴 수도 있지 뭐 하고 넘어 갈수 있는 넉넉함, 젊은 사람들이 좀 안다고 설쳐도, 보아  넘어 갈 수 있는 겸허함, 어려운 사람 보면, 나누어 줄 수 있는 따뜻한 가슴, 아파하는 이웃을 돌아 볼 수 있는 정성, 연말이면, 일 년 동안 받은 사랑 감사하여  가진 것 기부 할 수 있는 아름다움, 이런 것이 품위 있게 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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