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8.30 18:05

코리아타운. (1)

조회 수 309 추천 수 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리아타운. (1)


솟대처럼 치솟은 야자나무가
조금씩 이국의 낯설음을 드러내는 새벽.
웨스턴과 7가의 맥도날드 식당 앞에는
용병처럼 무장한 한인 전사들 하나 둘 모여
뜨거운 커피 한 잔에 지난밤 향수 떨쳐 버리고
두 주먹 불끈 쥐고 오늘도 전쟁터로 나선다.

한국에서 대기업 부장하다가 온 장씨,
노가다라곤 생전 처음 해 본다는 지점장 출신의 최씨,
방문 비자로 왔다 눌러 앉아버린 불법체류자 박씨도
아미고 전사들과 함께 80년도 포드 깡통밴에 올라
힘차게 산타모니카로 페인트칠하러 간다.

가끔씩 마주치는 낯익은 전사의 모습.
우리는 가볍게 눈인사로 헤어지나
우리는 안다.
그 웃음 뒤에 비애를
그 비애 뒤에 절절함을.
누가 눈물 젖은 햄버거를 먹어 보기 전에
인생을 논하지 말라고 하였던가.
이렇게 잘 싸우는 전사들을
이방으로 내친 게 그 누구던가?

80년대 군사독재시절 대학 다녔던 나는
데모할 때 툭하면 양키 고홈, 미군철수 외쳤지만
직장생활 잘 하다 IMF 때 짤린 후 미국 건너와
오늘도 말리부 고급주택가로
미국놈 화장실 청소하러 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50 해질무렵 patricia m cha 2007.09.08 217
349 베고니아 꽃 곽상희 2007.09.08 258
348 들꽃 곽상희 2007.09.08 246
347 송장 메뚜기여 안녕 박성춘 2007.09.04 451
346 언제까지나 지워지지 않는 노래를 만들고, 새는 곽상희 2007.08.31 520
345 어느날 아침의 영상 곽상희 2007.08.26 260
344 초대받은 그대 시인에게 곽상희 2007.08.26 336
» 코리아타운. (1) 황숙진 2007.08.30 309
342 신처용가 황숙진 2007.08.09 608
341 秋江에 밤이 드니 황숙진 2007.08.06 534
340 천상바라기 유성룡 2007.08.06 263
339 방향 유성룡 2007.08.05 186
338 7 월 강민경 2007.07.25 206
337 늙은 팬티 장정자 2007.07.24 406
336 아틀란타로 가자 박성춘 2007.07.21 540
335 잠명송(箴銘頌) 유성룡 2007.07.14 333
334 제목을 찾습니다 박성춘 2007.07.03 387
333 여호와의 거시기는 & 아무거나 file 박성춘 2007.06.25 348
332 단신상(單身像) 유성룡 2007.06.24 162
331 코리안 소시지 박성춘 2007.06.20 329
Board Pagination Prev 1 ... 93 94 95 96 97 98 99 100 101 102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