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3 12:20

바람의 길 4

조회 수 3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4



                                                                이 월란





바람이 오라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
눈먼 꽃들이 나 대신 울며 따라도 오겠지요
이름을 잊어버린 꽃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친절히 타일러 돌려보내도 주겠어요
가다 가다 한가한 가랑잎에 한 두 줄씩 시를 써주고
졸고 있는 꽃이파리 희롱하다 붙들려 시껍도 하고
허기지면 설익은 열매 뚝 따 먹으며 즐거이 배탈도 나겠어요
아,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버려진 낡은 의자에 앉아 삐그덕 삐그덕
늙은 세월의 등이라도 긁어 주겠어요
별이 하릴없이 내리는 호반에선 나도 건달처럼 놈팡이처럼
천의 손가락으로 얌전한 호면을 휘저어 파문을 놓고
황혼의 햇살을 따라 냅다 도망질도 치겠어요
바람 속에 남은 눈물 마저 다 뿌려 주고
더 이상 젖지 않을 마른 소맷자락 나폴거리며
머리칼 헝클어진 광녀의 걸음으로 밴둥밴둥 돌아오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배시시 웃고 말겠어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0 illish 유성룡 2008.02.22 112
»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2.23 352
1848 이의(二儀) 유성룡 2008.02.23 211
1847 사유(事由) 이월란 2008.02.24 102
1846 검증 김사빈 2008.02.25 206
1845 그대 품어 오기를 더 기다린다지요 유성룡 2008.02.25 214
1844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2.25 370
1843 유성룡 2008.02.26 419
1842 광녀(狂女) 이월란 2008.02.26 170
1841 죽고 싶도록 유성룡 2008.02.27 211
1840 팥죽 이월란 2008.02.28 206
1839 바람아 유성룡 2008.02.28 125
1838 질투 이월란 2008.02.27 116
1837 그대! 꿈을 꾸듯 손영주 2008.02.28 400
1836 대지 유성룡 2008.02.28 244
1835 하늘을 바라보면 손영주 2008.02.28 242
1834 강설(降雪) 성백군 2008.03.01 108
1833 사랑 4 이월란 2008.03.02 118
1832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박영호 2008.03.03 659
1831 詩똥 이월란 2008.03.09 356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