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우-손톱
2018.03.01 02:54
손톱
서연우
상앗빛 필름 조각을 깎는다
십란성 초승달이 태어났다
탯줄도 울음도 없이 잘려 나와 아무렇게나 누었다
말라붙은 양수 같은
형광 아래에서 자꾸만 눈이 감긴다
모래 밥을 벌기위한
노동자의 은삽 이었을 대를
크레용 투성이인
그 어린 아이의 것이었을 때를
검은 곰의 투박한 몸부림에 박힌
도끼날이었을 수도
홍등 아래 기나긴 터널 속에서
반짝이던 시간도
어둠 속에 비춰본다
상아빛 초승달이 떠오른다
밤이 또한 밤을 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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