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3 12:31

가시내

조회 수 22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내



                                                                    이 월란




구름꽃을 밟으며 고향에 가면
담장과 싸우고 등지고 앉아
찰랑찰랑 햇살을 가지고 노는 콩만한 가시내 하나 있다

공깃돌에 인 손톱가시 앞이빨로 자근자근 씹어 뱉으며
땅따먹기로 차지 한 땅 가위로 잘라 귤빛 노을옷을 입혀 놓고
봇도랑 가에 외주먹 묻어 모래성 쌓고 있는 고 가시내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까치란 놈이 모래성의 단단한 아치형 등뼈를
세상 속에 버젓이 드리워 줄 때까지
흰소리 같은 노랫가락 신들린 주문인 듯
모래성이 무너질까 세상이 무너질까 침이 타도록 불러재끼며  
밥 먹으라는 엄마의 고함 소리 몰개 속에 묻어버리는 가시내

외주먹 뺀 집채 안에 호박꽃잎 뜯어낸 샛노란 촛불 밝혀 두면
봇도랑 온몸에 유채꽃으로 쏟아지던 햇살 보다 더 밝아지는 세상에
눈이 부셔 울었던 가시내

고향에 가면
까치가 되어 집을 짓고 엇송아지처럼 물 마시며
모래성 쌓고 있는 가시내 하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07 이월란 2008.03.03 161
1806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09
1805 바닷가 검은 바윗돌 강민경 2008.03.04 233
1804 병상언어 이월란 2008.03.05 122
1803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3.06 199
1802 獨志家 유성룡 2008.03.08 129
1801 봄밤 이월란 2008.03.08 132
1800 울 안, 호박순이 성백군 2008.03.09 244
1799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3.10 157
1798 꽃씨 이월란 2008.03.11 163
1797 노래 하는 달팽이 강민경 2008.03.11 306
1796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3.12 244
» 가시내 이월란 2008.03.13 221
1794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3.14 165
1793 장대비 이월란 2008.03.15 294
1792 별리동네 이월란 2008.03.16 115
1791 봄의 가십(gossip) 이월란 2008.03.17 163
1790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3.18 340
1789 망부석 이월란 2008.03.19 152
1788 목소리 이월란 2008.03.20 171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