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3 12:31

가시내

조회 수 2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시내



                                                                    이 월란




구름꽃을 밟으며 고향에 가면
담장과 싸우고 등지고 앉아
찰랑찰랑 햇살을 가지고 노는 콩만한 가시내 하나 있다

공깃돌에 인 손톱가시 앞이빨로 자근자근 씹어 뱉으며
땅따먹기로 차지 한 땅 가위로 잘라 귤빛 노을옷을 입혀 놓고
봇도랑 가에 외주먹 묻어 모래성 쌓고 있는 고 가시내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토닥 토닥 토닥 토닥
까치는 집 짓고 송아지는 물 먹고>

까치란 놈이 모래성의 단단한 아치형 등뼈를
세상 속에 버젓이 드리워 줄 때까지
흰소리 같은 노랫가락 신들린 주문인 듯
모래성이 무너질까 세상이 무너질까 침이 타도록 불러재끼며  
밥 먹으라는 엄마의 고함 소리 몰개 속에 묻어버리는 가시내

외주먹 뺀 집채 안에 호박꽃잎 뜯어낸 샛노란 촛불 밝혀 두면
봇도랑 온몸에 유채꽃으로 쏟아지던 햇살 보다 더 밝아지는 세상에
눈이 부셔 울었던 가시내

고향에 가면
까치가 되어 집을 짓고 엇송아지처럼 물 마시며
모래성 쌓고 있는 가시내 하나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6 도망자 이월란 2008.04.18 159
485 춤추는 노을 이월란 2008.04.17 115
484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4.16 109
483 꿈꾸는 구름 강민경 2008.04.15 233
482 단풍 2 이월란 2008.04.15 73
481 동목(冬木) 이월란 2008.04.14 135
480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월란 2008.04.13 193
479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4.11 244
478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08
477 물 위에 뜬 잠 이월란 2008.04.09 299
476 푸른 언어 이월란 2008.04.08 226
475 첫눈 (부제: 겨울 나그네) 강민경 2008.04.06 207
474 시인을 위한 변명 황숙진 2008.04.05 238
473 겸손 성백군 2008.04.04 145
472 꽃불 성백군 2008.04.04 145
471 창문가득 물오른 봄 이 시안 2008.04.02 361
470 노란동산 봄동산 이 시안 2008.04.02 262
469 노 생의 꿈(帝鄕) 유성룡 2008.03.29 371
468 갈등 강민경 2008.03.28 219
467 사랑의 진실 유성룡 2008.03.28 258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