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9 15:37

물 위에 뜬 잠

조회 수 2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물 위에 뜬 잠


                                                                      이 월란




생각의 노예가 되어
하루의 마디 마디가 쓰리던 날
절름거리는 소망의 버팀목에 버뮤다 섬의 몽돌 하나 받쳐두고
어스름 비쳐드는 해질녘에
전등 아래 흘러내린 앞머리칼의 밑동이 하얗게 세어 있어
어둠을 포식한 시간들이 손때 반지르르한 세간들 사이마다
익숙한 체위로 몸을 누이면
나도 누워야지, 죽은 듯이 눕는 것이 종국의 우리들의 모습이라면
썩어질 육신만이 이토록 따스한데
가랑가랑 천식끼 섞인 노구의 지친 호흡에
은퇴한 육신...... 꿈인가요?
침노당한 나의 천국을 위해 흘려도 되는 눈물은 저장되어 있나요?
예약된 미래로의 여행은 오늘 취소하겠어요
연착, 연착이랍니다, 지금 내가 탄 호화로운 배는 최고속도 24knots
sheep 과 ship 의 발음차이를 연습하며 호흡을 삭였지요
음메에에~ 하고 남편이 나를 놀렸거든요
돛에 달려 잠든 입술에 18세 소녀들이 즐겨 바르는 펄 섞인 핑크색
루즈를 바르면, 오늘의 성구 암송 구절
<너희는 인생을 의지 하지 말라>--이사야 2장 22절
나의 신이여, 차라리 나의 손과 발을 바꿔 달아 놓지 않으셨나요
이리도 미친 듯 날뛰는 시퍼런 인생들을
여기저기 재미롭게 저질러 놓으시곤
보아도 알지 못해요, 들어도 깨닫지 못해요
앉아 있던 의자를 빼버리시곤 앉아있던 그 자세로 평생을 기뻐하라
다독이시는 신이시여
발이 저려 옵니다, 무릎이 떨려 옵니다
잠시 주저 앉고 싶은 오늘, 생각에 혹사당하는 노예를 헐값에 사신
생각의 주인은 누구인가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5 시조 그립다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6 110
504 아! 그리운 어머니! - 김원각 泌縡 2020.11.11 110
503 행운幸運의 편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5 110
502 시조 잡초雜草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5 110
501 시조 이제야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4 110
500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10
499 사랑 4 이월란 2008.03.02 109
498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4.16 109
497 내비게이터 성백군 2013.06.26 109
496 덫/강민경 강민경 2018.11.23 109
495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6.02 109
494 동심을 찾다 / 김원각 泌縡 2020.10.03 109
493 시조 코로나 19 – 출근 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30 109
492 시조 추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2 109
491 시조 똬리를 틀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3.16 109
490 10월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04 109
489 ‘더’와 ‘덜’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01 109
488 心惱 유성룡 2008.02.22 108
487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08
486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하늘호수 2017.05.02 108
Board Pagination Prev 1 ... 84 85 86 87 88 89 90 91 92 9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