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3 16:37

스페이스 펜 (Space Pen)

조회 수 1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 월란
    



친절하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Q.T.*나 일기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연필로 쓰세요
볼펜잉크의 수명은 길어야 10~20년이랍니다
손목에 오는 부담감 때문에 우선 매끄러운 볼펜이 아쉽지만
0.5mm 샤프펜슬로 깨알같은 질긴 번민들을 총총 심는다

우주인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날아다니는 흑연가루 때문에 연필도 못쓰고
볼펜은 잉크가 내려오질 않아 Fisher가 발명한 일명 Space Pen을 쓴단다
물 속에선 물론 누워서도, 어떤 각도에서도, 돌, 유리, 버터 등 어떤 재료 위에서도
인간이 살 수 없는 영하 50도나 영상 120도에서도 기록이 가능하다는 스페이스 펜

누워서나 벽에 대고 쓰다가 잉크가 내려오지 않아 볼펜을 흔들었던 기억
기록의 간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기진 주머니 속에 만져지는 빈곤한 순간의 동전들처럼
때론 배고픈 오늘을 지탱해 주는 기억의 페이지들

백 이십만불의 뻘짓 프로젝트도 세우지 않았는데
나의 스페이스 펜은 오늘도 저 하늘에, 허공에, 꽃잎 위에 시를 쓴다
아래로만 잡아당기는 거대한 삶의 중력에도 불구하고
무중력의 꿈을 날아다니며 기록을 한다

스페이스 펜의 수명도 나와 똑같은 100년이란다
타인처럼 저만치 떨어진 호면이 님의 주름살같은 물결로 나의 기록을 받아 적는다
나, 오늘 여기 살아 있다고
                                                                                        



* Q.T. : Quiet Time의 약어로써 혼자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하나님과의 교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89 일상에 행복 강민경 2019.11.09 127
488 일상은 아름다워 성백군 2014.12.01 144
487 일상은 아름다워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29 145
486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57
485 시조 일주문一柱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8 155
484 일주야 사랑을 하고 싶다 유성룡 2006.04.21 231
483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216
482 임 보러 가오 강민경 2017.07.15 159
481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225
480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22
479 입춘대길(立春大吉)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08 220
478 잊어서는 안 된다 / 김원각 泌縡 2020.05.17 121
477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 박동수 2010.07.26 1063
476 자궁에서 자궁으로 file 박성춘 2011.08.09 387
475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30 162
474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11
473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26 110
472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박영호 2008.03.03 647
471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56
470 자연이 준 선물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3.17 89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