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13 16:37

스페이스 펜 (Space Pen)

조회 수 19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 월란
    



친절하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다
Q.T.*나 일기처럼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은 연필로 쓰세요
볼펜잉크의 수명은 길어야 10~20년이랍니다
손목에 오는 부담감 때문에 우선 매끄러운 볼펜이 아쉽지만
0.5mm 샤프펜슬로 깨알같은 질긴 번민들을 총총 심는다

우주인들은 무중력 상태에서 날아다니는 흑연가루 때문에 연필도 못쓰고
볼펜은 잉크가 내려오질 않아 Fisher가 발명한 일명 Space Pen을 쓴단다
물 속에선 물론 누워서도, 어떤 각도에서도, 돌, 유리, 버터 등 어떤 재료 위에서도
인간이 살 수 없는 영하 50도나 영상 120도에서도 기록이 가능하다는 스페이스 펜

누워서나 벽에 대고 쓰다가 잉크가 내려오지 않아 볼펜을 흔들었던 기억
기록의 간직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허기진 주머니 속에 만져지는 빈곤한 순간의 동전들처럼
때론 배고픈 오늘을 지탱해 주는 기억의 페이지들

백 이십만불의 뻘짓 프로젝트도 세우지 않았는데
나의 스페이스 펜은 오늘도 저 하늘에, 허공에, 꽃잎 위에 시를 쓴다
아래로만 잡아당기는 거대한 삶의 중력에도 불구하고
무중력의 꿈을 날아다니며 기록을 한다

스페이스 펜의 수명도 나와 똑같은 100년이란다
타인처럼 저만치 떨어진 호면이 님의 주름살같은 물결로 나의 기록을 받아 적는다
나, 오늘 여기 살아 있다고
                                                                                        



* Q.T. : Quiet Time의 약어로써 혼자 성경말씀을 묵상하는 하나님과의 교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66 물 위에 뜬 잠 이월란 2008.04.09 299
1765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4.10 208
1764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4.11 244
» 스페이스 펜 (Space Pen) 이월란 2008.04.13 193
1762 동목(冬木) 이월란 2008.04.14 135
1761 단풍 2 이월란 2008.04.15 73
1760 꿈꾸는 구름 강민경 2008.04.15 233
1759 어떤 진단서 이월란 2008.04.16 109
1758 춤추는 노을 이월란 2008.04.17 115
1757 도망자 이월란 2008.04.18 159
1756 침략자 이월란 2008.04.20 110
1755 꿈길 이월란 2008.04.21 221
1754 새벽길 이월란 2008.04.22 154
1753 내 마음의 보석 상자 강민경 2008.04.22 294
1752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4.24 265
175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4.25 353
1750 진실게임 2 이월란 2008.04.27 171
1749 가슴을 이고 사는 그대여 유성룡 2008.04.28 189
1748 미음드레* 이월란 2008.04.28 206
1747 동굴 이월란 2008.04.29 130
Board Pagination Prev 1 ...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