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월
가만히 가만히 걸어가는 틈새
봄 여름 기을 겨울 속절없이 가고 오니
신(新)새벽 맑은 향기 하마나 퍼지려나
술 익는 도가지에 용수밖아 거른 청주(淸酒)
달빛먹은 솔 이파리 곱게빻아 한데 풀어
오호라! 이백(李白) 오라해 산수풍월 읊어보세.
풍객(風客)일기
뿌리없는 방랑세월 찰나같은 사반세기
한 순간 북풍맞아 천형(天刑)죄업 받았으니
가슴속 스민 회한 깊어지는 짚동 한숨
비틀린 사지(四肢)육신 옷속에 감추인 채
눈 감아 꿈길따라 선산 유택(幽宅) 찿아드니
비로소 저며오는 엄니 약손 그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