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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삶과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

                                     박영호 (문학비평가), 협성대 교수

1. 완전한 삶과 영원한 행복에 이르는 길

박영숙영 시인의 시는 섬세한 세공과 긴밀한 축약을 지향하지 않는다. 오히려 서정적 표현과 사실적 진술이 근간을 이룬다. 완전한 삶을 구현하고 영원한 행복을 실현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가 사랑의 정서에서 기원하고 있음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풍부한 서정성이 더 적합하며, 타락한 현실의 개선을 위한 자기 수련의 필요성을 권유하기 위해서는 사실적 진술이 보다 효과적이다. 이처럼 사랑의 정서를 근간으로 상생과 조화의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여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2. 완전한 삶과 영원한 행복의 근원, 사랑

사랑을 소재로 한 작품은 감정의 완급을 조절하는 긴장감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긴장감이 무너지면 자칫 저급한 넋두리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하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랑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보다 큰 의미로 확장되어야 한다. 그랬을 때 시인은 쇠붙이 같은 평범한 소재를 가지고 황금과 같은 소중한 의미를 창조하는 연금술사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필자는 사랑이라는 지극히 주관적 정서를 우리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객관적 의미로 확장되고 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긴장감은 유지되고 있는 가를 눈여겨 볼 것이다.
  
2-1. 완전한 삶의 근원, 사랑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을 사람이 행동하도록 하는 도덕적 힘으로 정의하였다. 즉 사랑은 삶을 유지하고 나아가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완성하는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박영숙영 시인의 작품에 드리워져 있는 사랑의 정서는 완전한 삶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영원한 행복을 성취하고자 하는 의지로 집약된다. 먼저 완전한 삶을 향한 의지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랑의 정서를 살펴보기로 하자.

기쁨은 슬픔의 또 다른 이름이며,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심지어 삶의 이면에는 언제나 죽음이 도사리고 있다. 하여 시인은 우리의 삶을 ‘늘 항상 고독한 바람이 불어 / 더 오래도록 뼈 속을 채워오고 / 마음에 드나드는 바람구멍 막을 수 없는’(「바람구멍」) 서글픈 대상으로 묘사하였다. 그런가 하면 차라리 죽고 싶다고 절규하는 동생의 고통을 절실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자책을 그린 「누나 죽고 싶어요」라는 작품에는 삶에 대한 처절한 고통이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박영숙영 시인의 작품에서 산견(散見)하는 서글픔과 고통은 그것을 극복하고 나아가 삶을 완성하여야 한다는 당위성과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기제로 작용한다.
  
아, 내 영혼의 생명수는 님의 사랑
슬픔도 기쁨이 되고
불행도 행복이 되고
절망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요술쟁이 님의 사랑 나에게 주오 ㅡ 「내 영혼의 생명수는」 부분
  
때론 사랑의 독침에 찔리는 줄 알면서도
누구나 이 길을 꼭 한번 가길 원하는 것은
사랑의 뿌리는 생명이고, 생명의 뿌리는 사랑이라
사랑은 삶이고 행복이며, 영원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신생아를 출산하듯
사랑의 독을 승화시켜
상처를 감싸주는 참사랑을 해야만이
영혼의 빈 잔에
향기를 채워가는 아름다운 삶이 될 것 입니다 ㅡ 「사랑에는 독이 있다」 부분
  
님의 사랑은 슬픔을 기쁨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그리고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준다. 그렇지만 사랑의 여정에 기쁨과 행복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찔리면 치명상을 입는 독침과 같은 불안과 고통이 산재하고 있다. 그것을 알지만 사랑이 완전한 삶과 영원한 행복의 근원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 길을 가고자 한다. 그 길을 간다고 누구나 도달할 수 있는가?

그런 것은 아니다. 먼저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우리는 언제 어떻게 인식하게 되는가? 시적 화자는 ‘어머니가 신생아를 출산하듯 / 사랑의 독을 승화시켜 / 상처를 감싸주는 참사랑을 해야만’ 즉 어머니가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자식을 출산하는 것처럼 상대방의 상처를 진심으로 감싸줄 수 있는 헌신적 자세를 갖추고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으며, 그런 뒤에야 완전한 삶과 영원한 행복을 성취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신의 입김에
튀겨낸 봄 햇살이
허기진 대지의 가슴을 스칠 때
연 초록 생명이
하늘 향해 일어서듯
  
천 년의 사랑씨앗
내 가슴에 묻어서
  
부르튼 발에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자갈길 걸을 지라도
  
신께서 맺어주신
당신과 함께 라면
그날의 그 약속 되새기며
오늘만이 날인 듯
당신 위해 밝히는
내 영혼의 불꽃을
아낌없이 태우리   -「천 년의 사랑을 위하여」 전문
  
봄 햇살의 투사와 연 초록 생명이 움트는 자연 현상을 시혜와 수혜 또는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파악하는 시인의 의식에는 당신의 사랑과 그로 인하여 한층 강화되는 삶에 대한 나의 의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지가 드리워져 있다. 삶은 ‘부르튼 발에 / 등이 휠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신께서 맺어주신 / 당신과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다는 시인의 다짐 역시 당신의 사랑에서 기원한다. 이렇듯 시인은 당신의 사랑을 지금 내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고난을 극복하고 삶을 완성하기 위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사랑의 정서는 영원한 행복에 도달하고자 하는 의지의 근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2-2. 영원한 행복의 근원, 사랑

박영숙영 시인에게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화합이 이루어짐으로 인한 기쁨이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한 슬픔은 중요하지 않다. 시인은 사랑의 정서가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
  
해일이 몰려와도
바라보는 수평선은 흔들리지 않듯이
광풍이 몰아쳐도
육지를 뚫고 솟아난 산 능선 그대로 있듯이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보고 싶은 마음이
벌집을 쑤신 듯하지만
  
정작으로 당신 앞에 서게 되면
눈부신 태양을 맞이한
아침 꽃처럼 수줍기만 합니다.
  
저 넓은 창공 속에
달이 뜨고, 별이 뜨고
태양이 솟아나서
육지를 끓어 안고 돌고 돌듯이
  
신비한 사랑의 샘물을 파 놓은 듯이
내가 가진 모든 것
내가 가질 모든 것이 당신의 가슴속에 있어서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그 사랑 줄기에
오늘은 또 다른 삶의 향기 꽃 피우며
내일을 여는 미래의 문 앞에서
행복한 듯, 수줍은 듯
당신의 가슴에 얼굴을 묻습니다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전문
  
작품 전체를 이끄는 정서는 행복함이고 그 배경에는 사랑의 정서가 내재하고 있다. 이를 시인은 불변의 자태, 자연의 섭리 그리고 영원성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1연부터 3연까지는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요소와 그 같은 위협에도 변하지 않는 불변의 자세를 대비시키고 있다. 즉 해일, 광풍, 기다림이 나의 사랑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면 수평선, 능선 그리고 당신의 사랑은 어떠한 경우에도 불변의 자태를 유지하면서 불안 요인을 불식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같은 시인의 정서는 자연의 섭리와 영원성으로 확장되면서 시인의 의지를 강화시킨다. 달과 별 그리고 태양의 운행과 같이 결코 변하지 않는 자연의 법칙을 일러 자연의 섭리라 한다. 시인은 변하지 않을 자신의 사랑을 자연의 섭리와 등가의 관계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어제의 사랑은 오늘의 삶의 근원이며 나아가 내일을 가능하게 한다. 그렇듯이 나의 사랑도 영원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 이 같은 확신 때문에 시인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고백한다. 다음 작품에서도 동일한 정서를 확인할 수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 모두 모아서
가슴에 심어주신 빛의 꽃
봄날 속에 퍼져가는 빛의 향기
세상은
피어나는 사랑으로 눈이 부셔라
-「세상은 눈이 부셔라」부분
  
어제 못 다 준 사랑을 위하여
새로운 태양이 뜨는 오늘 하루도
영혼의 잔에
사랑을 채워가는 즐거운 삶이기에
눈뜨면 보이는 아름다운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사랑에
영원을 약속하는 의미를 부여합니다   -「 어제 못다 준 사랑을 위하여 」 부분
  
시인에게 있어 님은 모든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근원이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일깨워주는 대상이다. 그러한 님이 시인에게 향하는 마음을 나는 사랑이라 하고 그 사랑의 빛으로 인하여 세상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고 고백한다. 오늘은 어제 못 다 준 사랑을 전하기 위해 존재하며, 새로운 날은 미처 다 채우지 못한 사랑을 더욱 풍성하게 채우기 위해 시작된다.

따라서 시인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것들은 곧 시인의 영원한 사랑을 입증하기 위한 징표일 뿐이며 사랑의 정서는 시인에게 영원한 행복을 지향하는 근원으로 작용한다.
사랑의 정서를 얼마나 내밀하고 애틋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박영숙 시인에게 이 같은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사랑의 정서가 우리 삶에 무엇으로 작용할 수 있는가를 탐구하고 해명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3. 상생과 조화의 근원, 자기 수련

박영숙영 시인에게 현실은 외로운 공간이며 타락한 세계이다.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시인의 태도에서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다. 첫째, “시는 즐거이 진리를 말하는 것이다”라는 메슈 아놀드(M. Arnold)의 진술처럼 시가 지녀야 할 교시(敎示)적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현실을 파악하는 부정적 인식이 상생과 조화의 공간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긍정적 의지의 기원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끝으로 무엇 보다 중요한 사실은 이를 위하여 엄정한 자기 수련을 동반한다는 점이다.
  
3-1. 비틀린 세계와 위선의 공간

시인에게 현실은 ‘길고 긴 혼자만의 독백으로 / 가슴에 달이 뜬다’(「가슴에 달이 뜬다」는 고백과 ‘뜨거워서 목이 탈수록 / 무수한 가시를 키우는 선인장처럼 / 외로움 깊을수록 / 깊어지는 그리움에 / 잠들지 못하‘고(「바나나 침대」) 별을 센다는 진술에서 드러나듯 외로운 공간이다. 이처럼 현실을 외로운 공간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다음 시에서 보다 여실하게 드러난다.
  
하늘까지 닿았던
그 마음
산발하는
순백의 언어가
풀어놓은
허기진 그리움
  
지쳐서
가지 위에 혼절하면
  
심장을 가르는 듯
짐승들의 비명소리
눈 속에 돌이 되고
  
산 속에 밤이 우는 소리
  
싸늘한 외로움이
골짜기를 기어올라
가슴에 산을 만든다    -「산 속에 밤이 우는 소리」전문
  
정상에 이르렀던 그 마음이 산발하듯 허공에서 흩어진다. 시적 화자인 나는 지쳐 혼절하고 산속에는 밤이 찾아든다. 그러나 여전히 기착할 곳을 찾지 못한 나의 그리움은 골짜기를 습관처럼 기어오르고, 내 가슴에는 허물어지지 않을 산이 생겨난다. 하늘까지 상승하던 그 마음은 허공을 맴돌다 허기진 그리움과 싸늘한 외로움으로 변한다. “어금니 사이로 침묵의 비명이 흐르면 이제는 잊어도 좋을 슬픔이 가슴이 멍멍하도록 차오르고, 가슴에 사무치는 사연은 전할 곳 없어 가슴을 태우는 그리움이 되어 흘러가는”(「여름 밤이 지나간다」) 곳, 그곳이 지금 시적 화자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이다.

또한 시적 화자는 현실을 ‘오물 같은 명예를 위하여 / 너를 죽이지 않으면 / 내가 죽어야 하‘는(「열정과 희망 사이」) 시기와 질투만이 존재하는 전쟁터로, ‘산 정상을 오를수록 길은 험해서 / 덫을 피하고 맹수를 피하다 보면 / 한 발만 헛디뎌도 벼랑에 떨어지거나 / 혹은 매달려서 독수리 밥이 될 수도 있는’(「대나무는 없었다」) 정글로 인식하기도 한다.


ㅡㅡ평설이 길어서 다 올릴 수 없어서 (1) 과 (2) 로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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