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2 07:24

구자애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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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애의 시-




시는 일상언어를 아름답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세계와 인생에 대한 깨달음을 주고 그것을 더 잘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슬프게도 이 세상은 강자가 약자를 먹이삼아 살아가는 곳이다. 소,돼지,닭이 인간에게 잡아 먹히려고 태어난 것이 아닐진대 인간은 그들을 먹으면서 불쌍하다고 거짓눈물을 흘린다. 간단히 말하면 약육강식이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라는 것이다. 모두가 승자가 되고 싶지만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곳이 세상이다. 패자와 약자에 대한 감정은 연민으로 시작하여 금방 경멸로 바뀐다. 강자에 대한 감정은 공포에서 존경(?)으로 바뀌기 쉽다. 간혹 증오로 바뀌기도 한다. 이런 세상에서 시인이 할 일은 무엇인가?




모퉁이의 눈물은 달다.




어딘가에 다다른다는 건

끊임없이 바라본다는 것

언제나 숨가뿐 모퉁이는

보이지 않는 까닭에‘

갈 데 까지 가보고서야

황망히 서 있어 보기도 하는 곳이다.




황망히처럼

물끄러미 모퉁이에 서서

눈물 흘려 본 사람은 안다.

짜디짠 웃음을 업고

매서운 인연을 지고

묻어버리고 싶은 관계들을 끌고

제 몸에 샘 하나 만들어

자분 자분 차오르는 눈물을

스스로 길어내야한다는 것을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바닥이

유일한 희망이라던

그 바닥을 기대고

의연히 서 있는

저 모퉁이의 초롱한 눈망울

까무룩 혼절해버린 골목들을 일으켜 세운다.







모퉁이의 사전적인 뜻은 구부러지거나 꺾어져 돌아간 자리, 구석진 곳이나 가장자리이다. 여기서는 인생의 모퉁이-희망이 꺾어지고 꿈이 좌절되어 한숨과 눈물을 흘리는 곳이겠다.

노른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변두리에서 눈물을 흘린다. 좌절속에서 눈물 흘리는 이웃을 도와야한다고 학교나 교회에서 배웠건만 실제로 사업에 실패하거나 병에 걸려 고통속에 빠진 친척이나 친구,이웃을 돕는 사람은 드물다. 패배자들이 눈물어린 눈으로 자비를 구해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배운 자들과 가진 자들이 많다. 동정이나 연민 따위의 감정은 조금도 없는 짐승같은 사람들이 특히 가진 자들층에 많다. 화자는 갈 데까지 가 본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아는 것같다. 그래서 그들은 짜디짠 눈물을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초롱한 눈망울이라 표현했지만 어금니를 물고 두 주먹을 불끈 쥘 때의 눈빛을 표현한 것이리라.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는 이는 아무도 없다. 스스로 길러내고 그것을 밑천으로 일어서야한다는 사실을 모퉁이에서 배워야 이 험한 세상을 살 수 있다.













거기가 거긴 줄 모르고




누군가의 시선이 다가온다.

오금이 저려온다.

쥐도 새도 모르는 기막힌 부킹공간

도시락은 두고 오세요.

-나이트 익스프레스-




이상은  

오늘 라디오 모 방송 광고멘트이다.

공영방송에 선정적 문구라니.




공짜 티켓 세장들고

락 발라드의 황제라는 이승환콘서트에 간다.

아래로 띠동갑인 시누이와 친구는 내내 들뜬 모습이다.

공연이 끝나고도 흥이 가시지 않는지

내 의중은 아랑곳 없이 어디론가 차를 몰고 간다.

20여 년만에 가보는 클럽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두 여인은 웨이터의 손에 끌려가 오지 않는다.

멀쭘히 혼자 민망해 하는데

한참 후에야 내 손 막무가내로 잡아끄는 웨이터

내가 간 테이블에는

노동치고 온 듯한 추레한 남자들이다.

무엇을 기대했던가

‘죄송합니다.’ 황급히 되돌아오는데

“괜찮습니다. 벌써 다섯 번 째 인걸요.”

그 대목에서 왜 하필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싯귀가 떠오르는지

달보다 환한 조명앞에서

절뚝이는 기분으로 택시를 잡아 타는데

현란한 간판에 익스프레스라고 쓰여있는 것이 아닌가.




이 시는 아마도 지은이의 생체험을 소재로한 것같다. 이 세상은 못난 사람과 잘난 사람들이 섞여서 살아가는 곳이다. 못난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시구절만 떠올리지 실제로는 그들과 흥겹게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없는 이가 화자다. 이 시에 등장하는 인물-못난 놈,노동치고 온듯한 추레한 남자들에 눈길이 간다. 그들도 쥐도 새도 모르게 부킹을 하고 싶어서 간 것일까?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아마도 아닐 것이다. 다섯 번째 거절을 당하고도 괜찮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들은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 인간은 출세욕망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물이다. 그러나 성공,출세한 사람들의 숫자는 많지 않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채 욕구불만을 가지고 살아간다. 때로 한 잔 술로 슬픔을 달래 보기도 하고 허망한 웃음으로 아픔을 허공에 날려 보내기도 하지만 그 아픔이 쉬 사라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산다는 것은 욕망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실제로 채우지 못하면 불만이 마음속에 쌓이는 것이다. 불만 해소의 방법 가장 어려운 것이 정신적 초월이라는 것이 있다. 이들은 초월보다는 체념쪽에 가깝겠지만 자신의 욕망이 해소될 가능성이 없음을 알고도 그런 술집에 간 것을 보면 자신의 욕망을 좀 더 치열하게 들여다 보려고 간 것 같다. 시의 화자는 그런 남자들을 두고 그냥 자리를 뜬 것이 마음에 걸린다. 그래서 기분이 절뚝였을 것이다. 살다 보면 어떤 장면은 가슴에 깊이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그래서 바로 표현욕구를 자극했겠지만 좀 더 마음 속에 삭혔다가 나중에 꺼내야 제대로 맛을 낼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하는 시다.

























그거 알아요?




오늘 같이 햇볕 줄기가

내 몸 속을 휘젓고 쏠랑쏠랑 바람부는 날이면요

전 틀림없이 뚝방에 앉아 있었을 거거든요

핸드폰에 있는 숫자 꾹꾹 누르며

곤한 노동 쉬이고 있을 친구

하나, 둘 불러냈을 거거든요

야, 지금 노을이 발등에 떨어지에 생겼다.

놀 빛에 물든 황금 붕어 봤냐?

못이기는 척 하고 나오는 친구에게

두 병은 많고 한 병만 사와라

그리고 안주 같은 건 필요없다고 말하면요

친구는 징그러 징그러 궁시렁 대며 싫지 않은 눈치거든요

어제 한국에서 그 친구가 젖어 있는 목소리로 전화 왔었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뚝방에 앉아

오라가라한 니가 보고 싶다구요

지나고 보니 그렇게 불러 줄 때가 좋았다구요

손 뻗으면 누군가 쉽게 닿을 수 있을때가 좋았다구요

가끔은 환청도 들린다구요

그래서 저도 할 수 없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이 중심을 흔들 듯

그 하찮은 것들이

왜 그리 가슴 저미고 먹먹한건가요?




사람이 살만하다고 느낄때는 어느때인가? 서로 정을 주고 받을 때가 아니던가. 정을 주고 받는 것은 하찮은 것이 아니다. 사람을 울게 하고 살아가는 중심이 되는 것이 정을 주고 받는 일이다. 예전에는 서로 정을 주고 받고 살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사는 것이 어려운 시절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손을 잡아 주는 사람이 별로 없는 시대이다. 가슴이 먹먹해지고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으려면 서로 정을 주고 받으며 살자는 의미를 가슴에 새기게 하는 시이다. 진실한 인간관계가 붕괴된 시대에 그것을 그리워하는 화자의 심정이 절절하게 전해져 온다.







타인의 고통에 둔감한 시절이다. 그저 눈 감고 귀 막고 입은 벙어리가 되어 눈 앞에 닥친 자기 일에만 전념하기에도 벅찬 사람이 많다. 그럴지라도 타인과의 교감이 없는 사람과 삶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연민의 정을 느끼는 화자를 내세워 척박한 세상에 한 움큼 온기를 전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져 내 마음도 따뜻해져 온다. 다만 시와 소설은 일기와 다르다는 사실,세상에서 보고 듣고,겪은 것에 상상과 허구를 더하여 현실에서 해결이 어려운 문제를 글쓰기에서는 대리만족을 시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독자가 책을 덮고 나면 또 다시 시지프스처럼 살아야겠지만 책을 읽는 동안이나마 가슴 후련함(카타르시스)을 느끼게 하는 것이 예술의 순기능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 들어 거기가 거긴 줄 모르고 우연히 들른 그 곳에서 낯선이와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한바탕 신나는 춤도 출 수 있는 인물을 그렸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자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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