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9.21 13:46

바람의 독후감

조회 수 273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독후감 / 성백군
                                                                                            


허공을 거침없이 내닫는 바람이지만
그러기에 오히려 정서가 메말라 가끔
세상 도서관에 들러 양식(良識)을 채운다
그가 찾는 책은
산, 들, 바다 같은 전문서적들도 있지만
양동이, 나무, 집,
사람의 성질, 새의 날개, 고양이의 털,
만물이 다 그가 읽은 잡문인 것을
다녀간 흔적을 보면 안다.
언 땅 녹이는 봄을 읽다가
초목에 싹 틔워 놓고,
불볕 쏟아지는 여름 채마밭을 읽다가
성질 부려 홍수를 내고,
나뭇잎 떨어지는 가을 뜨락을 읽다가
섬돌 밑 잠든 귀뚜리 깨워 울려 놓고,
눈 쌓인 겨울 지붕을 읽다가
처마 밑에 고드름 달아 햇볕에 녹이고,
부딪히면 읽고 떨어지면 써 놓고
그의 독서와 독후감은 천만년 인류역사를 이어오며
천문학, 지리학, 생태학---
숨이 차도록 사람들을 몰아세워
학학거리게 하였지만, 그 學 때문에
인류의 문명은 발전되고,
그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비난받는 바람,
오늘도 태풍경보에 사람들 벌벌 뜬다.
저 바람 언제쯤 끝나지?
비바람, 치맛바람, 난봉바람, 그 바람의
독후감 인제 그만 읽었으면 좋겠는데,
또, 바람이 분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30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25
829 시월애가(愛歌) 윤혜석 2013.11.01 196
828 수필 코스모스유감 (有感) 윤혜석 2013.11.01 309
827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804
826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59
825 풍광 savinakim 2013.10.24 208
824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333
823 수필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김우영 2013.10.20 581
822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331
821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53
820 수필 아침은 김사비나 2013.10.15 345
819 그가 남긴 참말은 강민경 2013.10.11 329
818 바람난 가뭄 성백군 2013.10.11 229
817 원 ․ 고 ․ 모 ․ 집 김우영 2013.10.10 310
816 김우영 작가의 거대한 자유 물결 현장, 미국, 캐나다 여행기 김우영 2013.10.03 725
815 눈물의 배경 강민경 2013.09.29 270
» 바람의 독후감 성백군 2013.09.21 273
813 파도소리 강민경 2013.09.10 170
812 마음의 수평 성백군 2013.08.31 127
811 잠 자는 여름 file 윤혜석 2013.08.23 199
Board Pagination Prev 1 ... 69 70 71 72 73 74 75 76 77 78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