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30 | 시 |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 윤혜석 | 2013.11.01 | 425 |
829 | 시 | 시월애가(愛歌) | 윤혜석 | 2013.11.01 | 196 |
828 | 수필 | 코스모스유감 (有感) | 윤혜석 | 2013.11.01 | 309 |
827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 김우영 | 2013.10.27 | 804 |
» | 시 | 노숙자 | 강민경 | 2013.10.24 | 259 |
825 | 시 | 풍광 | savinakim | 2013.10.24 | 208 |
824 | 시 | - 술나라 | 김우영 | 2013.10.22 | 333 |
823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 김우영 | 2013.10.20 | 581 |
822 | 시 |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 2013.10.17 | 331 |
821 | 시 |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 강민경 | 2013.10.17 | 353 |
820 | 수필 | 아침은 | 김사비나 | 2013.10.15 | 345 |
819 | 시 | 그가 남긴 참말은 | 강민경 | 2013.10.11 | 329 |
818 | 바람난 가뭄 | 성백군 | 2013.10.11 | 229 | |
817 | 원 ․ 고 ․ 모 ․ 집 | 김우영 | 2013.10.10 | 310 | |
816 | 김우영 작가의 거대한 자유 물결 현장, 미국, 캐나다 여행기 | 김우영 | 2013.10.03 | 725 | |
815 | 눈물의 배경 | 강민경 | 2013.09.29 | 270 | |
814 | 바람의 독후감 | 성백군 | 2013.09.21 | 273 | |
813 | 파도소리 | 강민경 | 2013.09.10 | 170 | |
812 | 마음의 수평 | 성백군 | 2013.08.31 | 127 | |
811 | 잠 자는 여름 | 윤혜석 | 2013.08.23 | 1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