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2 07:47

가을의 승화(昇華)

조회 수 3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가을의 승화(昇華) / 강민경


여름 장례식인가
풀벌레 밤새워 울더니만
나뭇잎들 혈기 꺾여 초록 내려놓고
온 산야에 불을 지르네
제 몸 태우며 발갛게 단풍드는데

나는 다 내려놓지 못해서
추억으로 절인 가슴이 서늘하고
가랑잎 사이 곡식 쪼아 먹은
새들의 다리는 통통 살을 찌우는데
무리 지어 원 그리는 고추잠자리
고추밭에 앉아 적요로 여문다
숲 속에 이는 바람에도 흔들림 없는
단단한 나를 받혀 세운다

높아가는 하늘이 감사로 열리는 축복의 날
해묵은 그리움을 걷어낸
가을 승화(昇華)에
희(喜) 노(怒) 애(哀) 락(樂)이 출렁인다        

갈 때와 보낼 때를 아는
나뭇잎들,
스산한 속마음 행여 들킬까 전전긍긍은
크든 작든, 높고 낮은, 한마음 한뜻은
보낸 매미를 기억해 내고
귀뚜라미 소리 앞세워 겨울을 부른다
살진 열매의 가을에 나도 거둬들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470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강민경 2013.10.17 354
1469 방파제 안 물고기 성백군 2013.10.17 331
1468 수필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김우영 2013.10.20 581
1467 - 술나라 김우영 2013.10.22 333
1466 풍광 savinakim 2013.10.24 208
1465 노숙자 강민경 2013.10.24 260
1464 수필 김우영 작가의/ 주당 골초 호색한 처칠 김우영 2013.10.27 804
1463 수필 코스모스유감 (有感) 윤혜석 2013.11.01 309
1462 시월애가(愛歌) 윤혜석 2013.11.01 197
1461 사랑하는 만큼 아픈 (부제:복숭아 먹다가) 윤혜석 2013.11.01 425
» 가을의 승화(昇華) 강민경 2013.11.02 318
1459 밤송이 산실(産室) 성백군 2013.11.03 271
1458 물의 식욕 성백군 2013.11.03 304
1457 갓길 불청객 강민경 2013.11.07 273
1456 보름달이 되고 싶어요 강민경 2013.11.17 234
1455 낙엽단상 성백군 2013.11.21 201
1454 억세게 빡신 새 성백군 2013.11.21 244
1453 아동문학 호박 꽃 속 꿀벌 savinakim 2013.11.22 426
1452 단풍 한 잎, 한 잎 강민경 2013.11.23 303
1451 별은 구름을 싫어한다 강민경 2013.12.03 292
Board Pagination Prev 1 ... 37 38 39 40 41 42 43 44 45 46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