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23 16:21

나무 요양원

조회 수 3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나무 요양원 / 강민경


그 많은 살점을
피눈물로 떼어냈으니
몇 안 남은 잎에 집착함은 당연한 일
금방이라도 떠나고 말 것 같이
분, 초를 다투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피땀 쏟는 가을 나무는
회생을 기도하는 사람들의 요양원입니다

손발이 천 개여도 모자란다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자기를 바친
의사의 치료도 역부족
한 잎 두 잎, 한 사람 두 사람
가까이서 멀리서
가족들이, 동무들이,
날카로운 겨울바람에 찔리지 않으려고
죽을힘 쏟는 그 진동은 겉이 멀쩡해 보이는
나에게도 끝없는
압박,

가슴 파먹는 으스스한 냉기 거둬내지 못해
안달인 발걸음걸음 사이에 어느새 감춰둔
싹 눈의 명확한 해빙은,
새순 짙은 숲에 혈을 이어온 나뭇잎

새로운 봄만이
나무 요양원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27 유월의 향기 강민경 2015.06.20 293
1726 (동영상 시) 선창에서 At Fishing Dock 차신재 2016.04.29 293
1725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292
1724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2
1723 유성룡 2006.03.28 291
1722 삶의 각도가 강민경 2016.06.12 291
1721 천년을 나의 사랑과 함께 유성룡 2007.02.03 290
1720 별천지 하늘호수 2017.12.12 290
1719 새해에는 / 임영준 박미성 2006.01.03 289
1718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성백군 2014.04.12 288
1717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87
1716 빈말이지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05 287
1715 풀 잎 사 랑 성백군 2005.06.18 286
1714 풍차의 애중(愛重) 강민경 2013.04.26 286
1713 장 마 천일칠 2005.01.11 285
1712 삶이 이토록 무지근할 때엔 최대수 2006.02.17 285
1711 코리아타운. (1) 황숙진 2007.08.30 285
1710 등산의 풍광 김사비나 2013.04.05 285
1709 담쟁이넝쿨 성백군 2013.04.13 285
1708 일곱 살의 남동생 김사빈 2008.06.05 285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