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19:10

오디 상자 앞에서

조회 수 40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48 마음이란/ 박영숙영 박영숙영 2011.03.24 401
1947 밤에 하는 샤워 서 량 2005.03.13 400
1946 수필 나의 수필 창작론/정용진 시인 정용진 2015.12.24 400
1945 수필 선물 채영선 2016.11.13 398
1944 작은 창가에만 뜨는 달 전재욱 2004.11.29 395
1943 아동문학 호박 꽃 속 꿀벌 savinakim 2013.11.22 393
1942 시조 그리움 5題 son,yongsang 2015.09.26 393
1941 늙은 팬티 장정자 2007.07.24 392
1940 祝 死望-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James 2007.10.02 392
1939 누구를 닮았기에/강민경 강민경 2015.04.05 391
1938 그대! 꿈을 꾸듯 손영주 2008.02.28 390
1937 수필 ‘세대공감‘ 1-3위, 그 다음은? -손용상 file 오연희 2015.04.11 389
1936 여인은 실 끊어진 연이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5.03 389
1935 자궁에서 자궁으로 file 박성춘 2011.08.09 387
1934 시조 동안거冬安居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03 387
1933 타이밍(Timing) 박성춘 2011.06.04 386
1932 모처럼 찾은 내 유년 김우영 2013.03.28 383
1931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6.01.12 381
1930 제목을 찾습니다 박성춘 2007.07.03 381
1929 유 영철을 사형 시켜서는 안된다!!!<사형제도 폐지> J.LB 2004.11.29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