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19:10

오디 상자 앞에서

조회 수 3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67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泌縡 2020.05.09 216
1666 시조 옥수수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30 62
1665 시조 오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5 86
1664 오해 하늘호수 2017.10.12 315
1663 오월의 찬가 강민경 2015.05.29 298
1662 오월의 아카사아 성백군 2014.06.08 315
1661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1
1660 오월,-아낙과 선머슴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6.03 87
1659 시조 오월 콘서트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5 81
1658 오월 꽃바람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6.01 138
1657 오월 하늘호수 2017.05.09 135
1656 오리가 뜨는 물 수제비 성백군 2012.04.22 345
1655 오래 앉으소서 박동일 2006.05.11 431
1654 오래 생각하는 이순신 서 량 2005.11.14 243
»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389
1652 오디 성백군 2014.07.24 241
1651 오늘은 묻지 않고 듣기만 하리 전재욱 2004.11.30 476
1650 오늘은 건너야 할 강 윤혜석 2013.06.27 263
1649 시조 오늘도 나는 / 천숙녀 독도시인 2021.06.19 90
1648 시조 오늘도 독도시인 2024.03.10 36
Board Pagination Prev 1 ...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