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07 | 시 | 진짜 촛불 | 강민경 | 2014.08.11 | 467 |
| 906 | 시 | 저 하늘이 수상하다 | 성백군 | 2014.08.07 | 514 |
| 905 | 시 | 너를 보면 | 강민경 | 2014.07.28 | 558 |
| 904 | 시 | 오디 | 성백군 | 2014.07.24 | 645 |
| 903 | 시 | 새들은 의리가 있다 | 강민경 | 2014.07.21 | 531 |
| 902 | 시 | 7월의 향기 | 강민경 | 2014.07.15 | 587 |
| 901 | 시 | 그래서, 꽃입니다 | 성백군 | 2014.07.11 | 493 |
| 900 | 시 | 찔래꽃 향기 | 성백군 | 2014.07.11 | 867 |
| 899 | 시 | 방파제 | 강민경 | 2014.07.08 | 517 |
| 898 | 시 | 해를 물고 가는 새들 | 강민경 | 2014.07.02 | 509 |
| 897 | 시 | 월드컵 축제 | 성백군 | 2014.06.26 | 393 |
| 896 | 시 | 맛 없는 말 | 강민경 | 2014.06.26 | 465 |
| 895 | 시 | 산 닭 울음소리 | 성백군 | 2014.06.23 | 774 |
| 894 | 시 | 모래의 고백<연애편지> | 강민경 | 2014.06.22 | 740 |
| 893 | 기타 | 김우영의 한국어이야기 9 변하는 말과 꼬리아 | 김우영 | 2014.06.18 | 1026 |
| 892 | 기타 | 한국이 다문화국가 중심 | 김우영 | 2014.06.16 | 1191 |
| » | 시 | 오디 상자 앞에서 | 강민경 | 2014.06.15 | 636 |
| 890 | 시 | 꽃 학교, 시 창작반 | 성백군 | 2014.06.14 | 546 |
| 889 | 시 | 감나무 같은 사람 | 김사빈 | 2014.06.14 | 592 |
| 888 | 시 | 오월의 아카사아 | 성백군 | 2014.06.08 | 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