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4 19:42

오디

조회 수 26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 성백군
                                                                  

오디구나!
낯익고 반가워서 다가가다가
한 상자에, 고가의 가격표 보고 멈춰 선다.

옛, 누에치기가 주 생산인
내 고향 상주 농가에서는 여느 집 밭마다 지천이라
손가락이 물들고 혓바늘이 돋도록 공으로 따 먹어도
누구 하나 말리는 사람 없고
돈 되는 것 아니라고 괄시를 받았는데

오늘은
미(美) 대형슈퍼마켓 카스코 진열대에 버젓이 앉아
거드름을 피운다
‘자네 처지로는 가당키나 하겠느냐’며
애써 외면하는 것이 밉살스러워
비상금 헐어 확, 하려는데
어느새 아내 눈치채고 ‘당신 먹고 싶어’ 한다
‘아니, 저것 먹으면 똥이 까매져’ 하며 돌아서는데
어째 좀 서글퍼진다.

그동안
너는 고가의 진열대에 올랐는데
나는 여전히 싼 것만 찾아다니고
너는 가만히 있어도 형편이 좋아졌는데
나는 죽도록 뛰었는데도 물가도 따라잡지 못했으니
태생이 너는 자연산이라 그렇고
나는 인공산인 사람이라 그런가
사람 가치가 돈으로 계산되는 시대로 변해버린 세상
보고 싶지 않아 까만 똥으로 새까맣게 칠하려는데
오디값이 비싸 그 짓도 못하고

괜히 무심한 오디에 화풀이하다가
내 속도 겉도 너처럼 까맣게 타지는 않을지
타더라도 너처럼 언젠가는 돈 없는 사람들도
대접받으며 사는 사람 중심의 세상이 오면 좋으련만

     608 – 061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0 그래서, 꽃입니다 성백군 2014.07.11 222
1389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338
1388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99
» 오디 성백군 2014.07.24 267
1386 너를 보면 강민경 2014.07.28 332
1385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89
1384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88
1383 8월은 성백군 2014.08.11 162
1382 그리움이 쌓여 file dong heung bae 2014.08.22 247
1381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81
1380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81
1379 유쾌한 웃음 성백군 2014.08.31 177
1378 끝없는 사랑 강민경 2014.09.01 337
1377 얼룩의 초상(肖像) 성백군 2014.09.11 217
1376 시간은 내 연인 강민경 2014.09.14 222
1375 종신(終身) 성백군 2014.09.22 263
1374 바람의 독도법 강민경 2014.09.27 173
1373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성백군 2014.10.01 194
1372 그늘의 탈출 강민경 2014.10.04 246
1371 가을 밤송이 성백군 2014.10.10 348
Board Pagination Prev 1 ... 41 42 43 44 45 46 47 48 49 50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