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면(熟眠)/강 민 경
저녁 식사 후의
와이키키 바닷가 큰길은
세계의 언어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밀려다닌다
어둠에 잘 길든 등 굽은 가로등
소리 없는 종소리처럼 따라다니며
지칠 줄 모르고
거리의 악사들, 노랫소리
여러 종의 볼거리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는 소음에도
끄떡없이, 틈만 나면 번식을 꿈꾸는
정자나무
이리저리 휩쓸리는
관광객들의 눈길 잡아끄는 덩치 자랑은
제 품에서 곤히 잠든 새들은 안중에 없었는데
일일 노동에 지쳤는가! 만족한 것인가!
세상만사 다 잊고 잠든
꽃 숭어리 같은 부동의 새들이 더
부러운 나는
세상에 감춰진 내 안의 고요를 꺼낸다
오늘 밤은
저 새들처럼 깊이 잠들 수 있겠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30 | 수필 | 우리가 문학을 하는 이유 | 김우영 | 2014.11.23 | 348 |
929 | 시 | 엉뚱한 가족 | 강민경 | 2014.11.16 | 247 |
928 | 시 |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 2014.11.14 | 210 |
927 | 시 | 얼룩의 소리 | 강민경 | 2014.11.10 | 321 |
926 | 수필 |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 김우영 | 2014.11.09 | 615 |
925 | 시 | 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 2014.11.07 | 217 |
» | 시 | 숙면(熟眠) | 강민경 | 2014.11.04 | 202 |
923 | 시 | 가을비 | 성백군 | 2014.10.24 | 204 |
922 | 시 | 군밤에서 싹이 났다고 | 강민경 | 2014.10.17 | 333 |
921 | 시 | 내가 세상의 문이다 | 강민경 | 2014.10.12 | 202 |
920 | 시 | 가을 밤송이 | 성백군 | 2014.10.10 | 348 |
919 | 시 | 그늘의 탈출 | 강민경 | 2014.10.04 | 246 |
918 | 시 |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 2014.10.01 | 194 |
917 | 시 | 바람의 독도법 | 강민경 | 2014.09.27 | 173 |
916 | 시 | 종신(終身) | 성백군 | 2014.09.22 | 263 |
915 | 시 | 시간은 내 연인 | 강민경 | 2014.09.14 | 222 |
914 | 시 | 얼룩의 초상(肖像) | 성백군 | 2014.09.11 | 217 |
913 | 시 | 끝없는 사랑 | 강민경 | 2014.09.01 | 337 |
912 | 시 | 유쾌한 웃음 | 성백군 | 2014.08.31 | 177 |
911 | 시 | 한낮의 정사 | 성백군 | 2014.08.24 | 38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