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 강성재
2007.01.29 11:41
생가
비오는 날이면 똑똑 빗방울 떨어져 내리던
지붕과 방 사이 키 낮은 천장엔
쥐오줌 누렇게 앉아 있었고
낡은 신문지 조각으로 도배한 벽에는
덕지 덕지 파리똥 붙어 있었다
뚫어진 창호지 너덜거리던 창틈으로
어쩌다 햇살 한자락 놀다가 돌아가는
대낮에도 호롱불 켜야했던 방
언제나 어두웠던 그 좁은 문틈 사이로
어머니가 짓는 저녁밥 고신내가
고물 고물 스며들면
마른침 꿀꺽 삼키며 허기 달래던
허물어져 가던 초가집
낡은방의 습기찬 곰팡이를 먹으며
어머니의 배고픈 눈물을
조석으로 마셨던
내가 선 이 자리,
세상을 무서워 하기엔
세상이 아직 나를 의식하지 않던
그 시절의 옛집에서
이제는 폐가가 되어버린
반세기만에 찾아든 그곳엔
어린 자식 배불리 먹이지 못해
언제나 서러웠던
어머니의 젖은 베겟머리가
유령처럼 남아 있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47 | 화살 / 이주희 | 관리자_미문이 | 2012.08.20 | 120 |
346 | 장정자 시인-자카란타여! | 미주문협 | 2018.12.01 | 120 |
345 | 산이 정겨워 질때 / 전지은 | 미문이 | 2007.09.23 | 122 |
344 | 비단잉어 / 정용진 | 관리자_미문이 | 2012.09.17 | 123 |
343 | 무덥고 목마른 여름 / 조옥동 | 관리자_미문이 | 2012.09.24 | 123 |
342 | 조옥동-속셈 | 미주문협 | 2019.05.03 | 123 |
341 | 장효정-겨울강 | 미주문협 | 2018.06.28 | 124 |
340 | 미주문학상 당선작-분수 | 미주문협 | 2018.10.01 | 124 |
339 | 김수영-겨울강 | 미주문협 | 2018.03.15 | 125 |
338 | 계절 앞에서 / 장정자 | 관리자_미문이 | 2011.10.24 | 127 |
337 | 강언덕-사랑이라는 말 | 미주문협관리자 | 2015.07.06 | 127 |
336 | 안선혜-억새 | 미주문협 | 2017.05.17 | 127 |
335 | 풀 꽃 - 장효정 | 미문이 | 2007.09.12 | 128 |
334 | 정용진 - 길 | 미주문협관리자 | 2016.01.01 | 128 |
333 | 은빛 지느러미 - 김영교 | 미문이 | 2005.01.02 | 130 |
332 | 그 남자의 귀고리 / 김영교 | 미문이 | 2008.09.19 | 130 |
331 | 4월이 좋다 / 김영교 | 미주 | 2024.04.01 | 130 |
330 | 이월란-노을 [1] | 미주문협 | 2018.01.15 | 130 |
329 | 오늘따라 - 박영보 | 미문이 | 2005.04.24 | 132 |
328 | 우주자궁- 석상길 | 미문이 | 2005.02.07 | 13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