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골무-강학희
2007.03.19 04:06
엄마의 골무
반짇고리에서 또르륵 굴러 떨어진
가죽골무, 이미 바짝 마르고 뻣뻣해도
여전히 엄마 냄새나는 엄마의 검지다.
엄마가 가리키는 곳을 따라가면
검지 뒤쪽으로 엄마가 지나간 행로
해적도 비밀 부호처럼 희미하게 그려있다.
아이처럼 뒤뚱뒤뚱 천천히
한걸음씩 흔적 따라 걸음을 떼고 멈추어서면
고즈넉한 풍경 속 슬픔은
먼지와 바람으로 흩어지고
실핏줄처럼 퍼져가는 섬세한 엄마의 손놀림,
내 생애 속 아직도 늙지 않은 엄마는
새파란 시간의 그물을 곱게 짜 작은 생처럼,
물려 입을 배냇저고리 하나 깁고 있다
엄마의 가죽골무, 나의 태궁이 따뜻하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7 | 이일영-벼랑의 소나무 | 미주문협 | 2018.08.31 | 223 |
» | 엄마의 골무-강학희 | 미문이 | 2007.03.19 | 222 |
305 | 안경- 정문선 | 미문이 | 2007.02.28 | 222 |
304 | 기영주-떠나는 날을 위하여 | 미주문협관리자 | 2015.12.02 | 219 |
303 | 하모니카 - 구자애 | 미문이 | 2005.05.15 | 219 |
302 | 별꽃 / 이기윤 | 관리자_미문이 | 2011.09.12 | 218 |
301 | 물밥 / 한길수 | 관리자_미문이 | 2012.11.05 | 217 |
300 | 초조한 마음 / 노기제 | 관리자_미문이 | 2012.03.19 | 217 |
299 | 가을이 준 숙제를 풀며 - 조옥동 | 미주문협 웹도우미 | 2014.11.14 | 216 |
298 | 탁상달력-안경라 | 미문이 | 2007.01.19 | 216 |
297 | 빨간흐름 - 김영교 | 미문이 | 2005.07.18 | 216 |
296 | 브로치라는 별-신현숙 | 미주문협 | 2020.03.03 | 215 |
295 | 뼈에는 이름이 없다 - 기영주 | 미문이 | 2005.10.02 | 214 |
294 | 베니스 해안에서 - 조정희 | 미문이 | 2004.10.13 | 213 |
293 | 원의 사랑 / 백남규 | 관리자_미문이 | 2011.07.17 | 211 |
292 | 진달래꽃 그리기 / 문인귀 | 미문이 | 2008.10.28 | 211 |
291 | 나이테의 소리가 들리나요-유봉희 | 미문이 | 2007.02.19 | 209 |
290 | 남편의 일터 - 노기제 | 미문이 | 2005.04.10 | 209 |
289 | 드라마 작가인 친구에게 / 윤금숙 | 관리자_미문이 | 2012.07.09 | 207 |
288 | 아름다운 인연 / 박경숙 | 미문이 | 2008.11.11 | 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