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 장태숙
2011.03.07 13:16
그때는 청춘이었을 얼굴이 해맑게 웃는다.
유행 지난 굵은 뿔테안경 쓰고
꽃을 든 검은 옷들
둥그렇게 모여 제각각 슬픔의 농도를 재고 있다
푸른 햇살 투두둑 사진 속으로 스며들고
접혔던 시간들 말없이 흘러나와 부풀어 오른다
*‘광화문에서 햄버거 먹으며 파피꽃’ 날리던 그가
뾰족한 교회당 십자가 위에 앉아 낯선 소설을 쓴다
세상에서 지워진 이국의 이름들
청동 판에 새겨 질서정연하게 누운 잔디밭
그사이 이름 얹는 일이 무어 그리 즐거울까
해맑게 웃는다
살아 웃음기 없던 얼굴
마지막 가는 길은 봄볕의 날개였을까
남아있는 사람들 관통한 마음마다 상처 싸맨 붕대처럼
새털구름 한 조각씩 끌어다 꼭꼭 덮어준다
늘 찬바람 움켜 쥔 빙산 같던 표정
태평양에서 표류하던 영혼 하나가
이승 고갯길에서 한 번 뒤돌며
매화꽃처럼 벙싯! 웃는다
*‘광화문과 햄버거와 파피꽃’; 송상옥 소설가의 마지막 소설집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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