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5 / 강성재
2011.05.01 12:45
메마른 논두렁 길로 접어 들었다
메뚜기 떼 하르르 하르르
절대 그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래 버려진 돌담과
허물어진 초옥 위로
멧새 두어 마리
해 거름 따라가 듯
낮은 구릉 너머로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이승의 생이 다하면
또 하나의 생이 기다리고 있다는 듯
끝나는 길마다 빈 초옥은
띄엄띄엄 이어져 있었다
밥 짓는 고신 내는 어디에도
솟아 오르지 않았다
방치된 우물 속에서 해 거름이
부서진 두레박 하나를 건져 올리는 동안
병든 몸의 휘청거림처럼
텃밭의 무거운 잎사귀들이
가난한 저녁거리를 만들고 있었다
생이 다해도 이대로
끝일 수 없다는 듯 집은,
어둠이 내리는 뒤란 가득
고단한 몸 다시 세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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