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 띄우는 편지

2005.03.08 16:03

이은재 조회 수:48 추천:5

3월에 띄우는 편지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이은재


3월의 하늘은 푸르기만 합니다. 자유를 찬탈한 무례한 해적들을 향한 분노가 창공에 가득 푸른 깃발로 아우성치기 때문일까요? 올해 중학생이 된 딸아이가 도덕시간에, 본받고 싶은 인물이 누구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유관순 열사라고 했다는데, 저 또한 3월이면 유관순 열사가 생각나 가슴이 시리곤 했습니다.

푸른 하늘을 우러러 보며 한국의 잔다르크 유관순 열사를 생각해 보곤 하였던 짙푸른 유년의 3월, 일제 강점기에 부르르 화가나 아우내 장터에서 봉화의 횃불을 들고 봉기하며 아우성 치던 그 날의 함성이 아직도 망령으로 살아있는 3월. 겨울의 격정을 인내한 돌 틈새로 봄이 온 3월, 들녘에 내려온 봄을 한아름 안고 집에 돌아와 교수님께 첫 편지를 쓰며 마음도 봄볕이 되었습니다.

수필 공부를 해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먼 길(대전-전주)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 들었던 전주 길, 귀찮고 힘들기보다는 자신이 살아 있음에 대한 희열을 느끼게 하는 목요일이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겨울 특강에 단 한 편의 글도 내 놓지 못하고 남이 써 놓은 글만 엿보며 관망만 했던 것은 첨삭이 필요 없는 훌륭한 글을 내 보이고 싶었던 이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자성해 봅니다.

서툰 글을 앞에 내 놓기가 맨살을 내 보이는 듯 왠지 부끄러웠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변변하게 글다운 글 한 번 써본 적이 없고, 문학공부 또한 처음 해보는 경이로움이어서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렵기만 합니다.

이제는 명 수필가 교수님을 만나 인연을 쌓았으니 머지않아 불모지인 내 문학의 밭에도 봄이 올 것입니다. 그 찬란한 봄꽃을 피우기 위해 고뇌하렵니다.

청소년기 적 애송시였던 유치환의 깃발을 교수님과 함께 교감해 보려고 영상에 담았는데,
이렇게 하면 그간의 게으름이 면죄되는지요? 그간 교수님의 따뜻한 배려와 지도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대전에서 이은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