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을 수리하는 집
2005.03.10 15:02
지붕 수리하는 집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중급반 조명택
"제 마음대로 수리해 드릴까요?" 보통 손님에게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고 묻게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는 거울 속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그녀의 태도가 믿음직하여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녀는 4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같은 일을 27년째 하고있단다. 프로정신이 뛰어난 그녀는 내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내 스타일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그녀는 프로였다. 내 머리를 아주 깔끔하게 잘 다듬어 주고는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왜 그리 아름답게 보였는지 초면만 아니라면 악수라도 청하고 싶었다.
나는 지난 1월에 전국주일학교 성경고사 및 찬양율동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학생들을 인솔하여 부산 수양로교회를 방문하였다. 한해동안 학습한 실력을 테스트하고 발표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등록을 마치고 학생들이 성경고사에 참석하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나는 다음날 새벽 해외나들이를 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를 손질하고 싶어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상가지역을 찾아 미용실을 발견하고 가게로 들어서려는데 간판이 지붕 수리하는 집이었다. 잘못 찾았나 싶어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미용실이 틀림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내 지붕을 수리하였다.
내가 미용실을 찾게 된 것은 30대 후반부터였다. 한창 이발소의 퇴폐영업이 지방에도 성행할 때였다.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이발소를 찾으면 면도하는 아가씨들의 환영을 받았다. 가벼운 복장을 입고있는 그녀들은 면도를 하기 위함인지 안마를 하기 위함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을 유혹하였다. 의자에 누워서 면도가 끝나면 얼굴에 팩을 발라준다. 팩이 마르는 동안 안마를 하는 그녀들의 손놀림에 머리손질의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어두운 조명아래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유혹하는 그녀들의 손길을 물리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한가할 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달려들어 안마를 할 때도 있었으며, 어떨 때는 세 사람이 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숨쉬기도 곤란하였으며, 이발이 끝나면 고개도 들지 못하고 빠져 나올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 손질을 안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면도사가 없는 이발소를 일부러 찾아갈 수만도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건너 상가에 미용실이 있었다. 그곳은 아담하고 청결하며 항상 조용한 분위기였다. 원장은 미스로 표정이 밝았으며, 모든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나는 타 도시로 근무지를 옮길 때까지 그곳 미용실을 단골로 찾아 다녔다. 내가 미용실을 즐겨 찾는 이유는 퇴폐 이발소 때문이었으며, 요금 면에서도 경제적이었고, 2시간정도 걸렸던 것을 30분이면 손질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미용실을 드나들 때에 주위에서는 남자가 미용실에 출입한다고 핀잔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럴 때면 미용실의 장점을 들어 홍보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너나없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지만 그때에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기도 했었다. 나는 아직도 머리를 미용실에서 손질할 때면 항상 밝은 미소와 청결과 친절로 나를 맞아 주었던 그녀를 생각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는 타 업소와는 경쟁우위에서 가게운영을 잘한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루를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라!"는 옛 말이 있다. 진정한 행복은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것임을 옛 성인은 말하고 싶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있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정상에 오른다."는 말도 새로운 변화 속에서만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같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가 부산에서 만났던 그녀와 같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자신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용실을 "지붕 수리하는 집"으로, 어떻게 대신에 "제 마음대로 수리해 드릴까요?"라는 아이디어와 자신감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전북대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중급반 조명택
"제 마음대로 수리해 드릴까요?" 보통 손님에게는 어떻게 해드릴까요, 하고 묻게되는데 그녀는 자신의 생각을 제시하고 있었다. 나는 거울 속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자신감이 넘치는 당당한 그녀의 태도가 믿음직하여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그녀는 40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같은 일을 27년째 하고있단다. 프로정신이 뛰어난 그녀는 내가 의자에 앉기도 전에 내 스타일을 분석하고 대책을 강구하여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있었다. 정말 그랬다. 그녀는 프로였다. 내 머리를 아주 깔끔하게 잘 다듬어 주고는 "마음에 드세요?"라고 물었다. 그때 그녀가 왜 그리 아름답게 보였는지 초면만 아니라면 악수라도 청하고 싶었다.
나는 지난 1월에 전국주일학교 성경고사 및 찬양율동대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학생들을 인솔하여 부산 수양로교회를 방문하였다. 한해동안 학습한 실력을 테스트하고 발표하기 위하여 전국에서 모여든 학생들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등록을 마치고 학생들이 성경고사에 참석하는 동안 약간의 시간이 남았다. 나는 다음날 새벽 해외나들이를 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머리를 손질하고 싶어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상가지역을 찾아 미용실을 발견하고 가게로 들어서려는데 간판이 지붕 수리하는 집이었다. 잘못 찾았나 싶어 가게 안을 들여다보니 미용실이 틀림없었다. 그곳에서 나는 내 지붕을 수리하였다.
내가 미용실을 찾게 된 것은 30대 후반부터였다. 한창 이발소의 퇴폐영업이 지방에도 성행할 때였다. 머리를 손질하기 위해 이발소를 찾으면 면도하는 아가씨들의 환영을 받았다. 가벼운 복장을 입고있는 그녀들은 면도를 하기 위함인지 안마를 하기 위함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손님들을 유혹하였다. 의자에 누워서 면도가 끝나면 얼굴에 팩을 발라준다. 팩이 마르는 동안 안마를 하는 그녀들의 손놀림에 머리손질의 의미는 퇴색되고 만다. 어두운 조명아래 분위기 있는 음악과 함께 유혹하는 그녀들의 손길을 물리치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한가할 때에는 두 사람이 함께 달려들어 안마를 할 때도 있었으며, 어떨 때는 세 사람이 할 때도 있었다. 그때는 숨쉬기도 곤란하였으며, 이발이 끝나면 고개도 들지 못하고 빠져 나올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머리 손질을 안 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면도사가 없는 이발소를 일부러 찾아갈 수만도 없었다.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 건너 상가에 미용실이 있었다. 그곳은 아담하고 청결하며 항상 조용한 분위기였다. 원장은 미스로 표정이 밝았으며, 모든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나는 타 도시로 근무지를 옮길 때까지 그곳 미용실을 단골로 찾아 다녔다. 내가 미용실을 즐겨 찾는 이유는 퇴폐 이발소 때문이었으며, 요금 면에서도 경제적이었고, 2시간정도 걸렸던 것을 30분이면 손질을 마칠 수 있었다. 내가 미용실을 드나들 때에 주위에서는 남자가 미용실에 출입한다고 핀잔을 주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그럴 때면 미용실의 장점을 들어 홍보하기도 했었다. 요즘은 너나없이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있지만 그때에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기도 했었다. 나는 아직도 머리를 미용실에서 손질할 때면 항상 밝은 미소와 청결과 친절로 나를 맞아 주었던 그녀를 생각한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나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녀는 타 업소와는 경쟁우위에서 가게운영을 잘한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루를 행복하려면 이발을 하라!"는 옛 말이 있다. 진정한 행복은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것임을 옛 성인은 말하고 싶었을까? 성공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있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정상에 오른다."는 말도 새로운 변화 속에서만이 꿈이 이루어질 수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같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가 부산에서 만났던 그녀와 같이 기발한 아이디어와 자신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미용실을 "지붕 수리하는 집"으로, 어떻게 대신에 "제 마음대로 수리해 드릴까요?"라는 아이디어와 자신감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가져야할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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