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업 첫 느낌
2005.03.11 00:32
첫 수업 첫 느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이인기
나이 사십을 불혹이라고 한다. 공자의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엇에 마음이 홀려 헷갈리지 않는다." 라는 뜻인데, 온종일 곱씹어 생각할수록 이번 일만큼은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난 듯하다.
작년부터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뭔가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생교육원의 과정들을 기웃거렸는데 마땅히 할 만한 과목도 없었고, 직장형편이 수업시간에 맞추기 빠듯할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강생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필창작 야간반'에 덜컥 등록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글을 써본 것이라고는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의 강요에 못 이겨 일기나 편지 쓰기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선뜻 수필창작반에 등록을 했다는 것이 무슨 배짱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욱 더 난감한 일은 첫 수업부터 주눅이 들었다는 점이다.
워낙 약속을 하면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개강일과 수업시간을 달력이며 수첩, 메모지 등에 기록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쳐다보곤 했었는데 막상 그 날이 되어서는 까마득히 잊어버렸었다. 퇴근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생각이 떠올라 서둘러 갔으나 조금 늦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의 환영말씀이 끝난 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할 적마다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도 아니요, 남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런 것도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주눅이 드는 것이었다.
야간반이라 나처럼 수필을 처음 접하는 분들만 수강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작품을 써본 경험들이 있고, 책을 낸 분도 있으며, 심지어는 문단에 등단한 분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분들과 책상머리를 맞대고 수필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거 참 큰일이다 싶었다. 어르신들 말씀에 놀던 방죽이 좋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놀 방죽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고집이 있는 나인지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왕 등록을 했으니 열심히 배워보자고 다짐했었다. 이 시간을 통해 수필이 겨울을 녹이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을 녹여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조금이라도 가슴에 번져오는 따스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뿐이었다.
학창시절에 맘에 맞는 몇몇 학우들과 어울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걸 밑천 삼아 기억을 되살려 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자 보람이 아니랴 싶다.
글 쓰기를 배운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야 있겠는가.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더군다나 불혹의 나이에 수필의 유혹에 빠졌으니 이번 일만큼은 비록 공자의 가르침을 어긴 것이긴 하지만 내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려니 싶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반(야) 이인기
나이 사십을 불혹이라고 한다. 공자의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말이다. 사전적 의미로는 "무엇에 마음이 홀려 헷갈리지 않는다." 라는 뜻인데, 온종일 곱씹어 생각할수록 이번 일만큼은 공자의 가르침에 어긋난 듯하다.
작년부터 저녁시간을 이용해서 뭔가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에 평생교육원의 과정들을 기웃거렸는데 마땅히 할 만한 과목도 없었고, 직장형편이 수업시간에 맞추기 빠듯할 것 같아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 그런데 올해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수강생 모집공고가 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필창작 야간반'에 덜컥 등록을 해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글을 써본 것이라고는 학창시절 국어선생님의 강요에 못 이겨 일기나 편지 쓰기 정도가 고작이었는데 선뜻 수필창작반에 등록을 했다는 것이 무슨 배짱이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더욱 더 난감한 일은 첫 수업부터 주눅이 들었다는 점이다.
워낙 약속을 하면 잘 잊어버리는 성격이라 개강일과 수업시간을 달력이며 수첩, 메모지 등에 기록해 두고 생각날 때마다 쳐다보곤 했었는데 막상 그 날이 되어서는 까마득히 잊어버렸었다. 퇴근시간이 훌쩍 넘어서야 생각이 떠올라 서둘러 갔으나 조금 늦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의 환영말씀이 끝난 뒤 돌아가면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는데 한 사람 한 사람 인사를 할 적마다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였다. 그렇다고 내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도 아니요, 남 앞에 나서서 말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런 것도 분명 아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주눅이 드는 것이었다.
야간반이라 나처럼 수필을 처음 접하는 분들만 수강하는 줄 알았는데 다들 작품을 써본 경험들이 있고, 책을 낸 분도 있으며, 심지어는 문단에 등단한 분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분들과 책상머리를 맞대고 수필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니 이거 참 큰일이다 싶었다. 어르신들 말씀에 놀던 방죽이 좋다고 하셨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놀 방죽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고집이 있는 나인지라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이왕 등록을 했으니 열심히 배워보자고 다짐했었다. 이 시간을 통해 수필이 겨울을 녹이는 봄날 아지랑이처럼 내 마음을 녹여 한 학기가 끝날 즈음에는 조금이라도 가슴에 번져오는 따스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는 소망뿐이었다.
학창시절에 맘에 맞는 몇몇 학우들과 어울려 목련꽃 그늘 아래에서 젊은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던 시절도 있었으니 그걸 밑천 삼아 기억을 되살려 내는 것도 커다란 즐거움이자 보람이 아니랴 싶다.
글 쓰기를 배운다는 게 어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야 있겠는가. 배워보겠다는 결심을 한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다. 더군다나 불혹의 나이에 수필의 유혹에 빠졌으니 이번 일만큼은 비록 공자의 가르침을 어긴 것이긴 하지만 내 삶에 커다란 전환점이 되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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