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문단의 교통정리는 누가 할 것인가
2005.03.14 16:11
<월간 순수문학3월호 수필월평>
한국수필문단의 교통정리는 누가 해야 하는가
수필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 이사장 김학
【Ⅰ】
지금은 수필의 전성시대다. 각종 문예지와 교양잡지, 동인지, 사보는 물론 15가지의 수필전문지마다 수필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수필전문지의 경우 월간에세이와 수필문학을 비롯하여 격월간 한국수필, 수필과 비평, 시대수필, 계간 에세이문학, 수필, 수필춘추, 창작수필, 현대수필, 選 수필, 에세이21, 수필세계, 에세이문예, 한국수필가 등 많기도 하다. 이들 수필 전문지가 대부분 서울에서 발행되지만 지방에서 발행되어도 경쟁력을 갖춘 당당한 수필전문지가 없지도 않다.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확고한 기반을 다진 전주의 격월간 수필과 비평을 비롯하여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나오는 계간 수필세계와 부산에서 나오는 계간 에세이문예도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려는 듯 좋은 책 만들기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그야말로 지금은 수필전문지의 군웅할거시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격월간 수필시대가 3월 중 출간되리라는 소식이었는데 아직 창간호가 나오지 않고 있어 기다려진다.
이처럼 많은 수필전문지들이 매호마다 수필가를 배출하고, 다양한 수필이론을 게재하여 수필문단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일은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수필문단이 안고 있는 숙제는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이를테면 요즘 인터넷 시대에 맞도록 수필이 짧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짧은 수필의 호칭마저 잡지마다 다르다. '短隨筆' '寸感首題' '五枚隨筆' '千字春秋' '掌篇隨筆' '짧은 수필'……. 이러니 우리들 수필가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 것인가? 또 문제가 있다. 수필의 날 선정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느 한 전문지가 날짜를 택하여 수필의 날이라고 선정하면 그 밖의 수필전문지들이나 수필가들이 선뜻 호응하기 어려울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필분과 회장이 15개 수필전문지 대표를 초청하여 협의를 해보고, 세미나도 열며, 그러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면 한국문인협회 소속 수필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짧은 수필의 명칭이나 수필의 날 날짜를 선정하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한다. 그리하여 수필의 날을 맞아 범 수필문단의 축제를 만들어 연례행사로 만든다면 좋겠다. 모든 수필가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원무라도 추면 좋지 않겠는가. 또 앞으로는 수필분과위원회가 앞장서서 우리 수필문단의 공동관심사를 조정 또는 정리해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15개 수필전문지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우리 수필문단에서 이해를 초월하여 수필문단의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가장 적격자가 아닐까 싶다. 그리 되려면 수필분과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더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Ⅱ】
월간 순수문학 3월호에는 <이 달의 수필>에 8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보다 3편이 늘었다. 한 편 한 편 살펴보기로 하자.
<손을 잡아주세요>
밝은 예화와 어두운 예화를 대비시켜 독자로 하여금 공감의 박수를 치도록 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미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극명하게 일깨워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메시지가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나오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야 옳을 텐데 오타가 난 것 같다.
<「44444」「2222너2222」>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성공적인 제목 붙이기라 할 수 있다. 내용에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가 담겨져 있고,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읽을거리가 넘치는 이 시대에 독자의 사랑을 받기에 좋은 수필이다. 짧은 한 편의 수필에 푸짐한 동서고금의 재미난 화소를 듬뿍 담았다. 그게 오히려 약간 산만한 느낌을 주어 아쉽다. 때로는 소재를 아꼈다가 다른 작품에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활용한 요즘 젊은 세대들의 해괴망칙스런 변용문자를 은근히 꼬집는 글이다. 재미있게 읽히는 수필이다.
<에드몬톤 묘각사>
불교에 조예가 깊은 작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인데 주제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카나다에 사찰이 많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불암사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것인지 애매하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처럼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 이 작품의 서두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극히 상식적인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94쪽 "이곳 에드몬톤에도…"부터를 서두로 끌어올리면 어떨까 싶다. 제목에까지 내세운 묘각사이니 만큼 그 절에 대한 묘사와 신축배경 등을 더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좋았겠다.
<프로는 아름답다>
이 작품 한 편만 읽어도 박학다식한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예화가 풍부하며 설득력을 갖추었다. 독자가 절로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문세가 기운차고 박진감이 넘친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행진곡풍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의 제목은 바로 프로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경제가 어려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줄 경쾌한 작품이다.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다.
<고향의 11시인 시비 한자리에>
수필이 무형식의 문학임을 보여주는 본보기 중 하나라 하겠다. 기록문의 범주에 머물 작품이다. 제목이 어색하다. 차라리 <11명의 고향시인 시비 한자리에>라 하거나 <고향시인 시비 한자리에>라고 했더라면 좋았겠다. 굳이 제목에 <11>이란 숫자를 넣다보니 어색한 표현이 되었다. 그 숫자는 제목이 아니라 내용에 넣으면 될 일이다. 11명 시인의 작품과 해설까지 기록하다보니 무려 귀중한 6장이란 지면을 소비하게 되었다. 수필 3편 정도가 들어갈 지면을 차지한 셈이다.
<있을 때 잘해>
인기 유행가에서 따온 제목이라 친근감은 있지만 산뜻하고 신선한 느낌은 없다. 인기를 누린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노래의 제목을 그대로 수필의 제목으로 따올 때 겪게 되는 현상이다. 제목도 표절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두부터 대화체로 문을 열었다. 수필은 산문이니까 희곡적 수법인 대화체 삽입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다고 본다. 백금반지의 다이아몬드처럼 아껴서 활용하라는 말이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글이 산만해진다. 가급적 풀어 쓸 일이려니 싶다. 상처한 친구가 재혼을 한 뒤 변화를 선명하게 대비한 글이다. 결미가 독자의 마음에 깨달음을 준다.
<개구멍>
개구멍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단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빠지면 마치 미로를 헤매는 느낌이다. 작가는 자기의 생각이 흘러간 대로 그걸 문자로 표기하면 되겠지만 독자는 작가의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작가가 개구멍을 지나 걸어다닌 산책코스를 알기 쉽게 묘사하지 않아 독자를 헤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산책과정과 인생을 결부시켜 일반화한 것은 잘 된 기법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나뭇잎을 다 떨궈버린 겨울나무처럼 군더더기를 더 덜어내야 독자가 수필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안부가 궁금한 이유>
이 작품에서는 마음이 따뜻한 작가의 체취와 심성을 맛볼 수 있어 흐뭇하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할아버지와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동네시장에서 분식 집을 운영하시던 할머니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작가의 마음이 안방의 화롯불처럼 훈훈하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가 알고 지내던 제 주변의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분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이 한 구절만 읽어보아도 이 작가가 마치 조선시대의 어느 집 며느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성정이 고운 여인임을 알 수 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세상에 이런 여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런데 옥의 티지만 "미용실에 들릴 때"는 "미용실에 들를 때"로, "금새"는 "금세"로 바로잡아야 한다.
【Ⅲ】
문학 장르 가운데서 특히 수필을 쓰는 이들은 우리말의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갈고 닦아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한극 맞춤법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문장에 쓰이는 문장부호 역시 아주 중요하다. 문장부호 하나는 글자 한 자와 다를 바 없이 중요하다. 이번 이 달의 수필에 발표된 수필 중에서는 유독 말 줄임표의 사용이 남용되고 있었다. 말 줄임표는 "…"처럼 가운데에 점 세 개를 찍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처럼 점 6개를 찍는 이도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쳐 보면 알 수 있다. 전자가 아니라 후자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입학의 달 3월이 가면 봄꽃이 만발할 4월이 가슴을 열게 될 것이다. 4월에는 어떤 수필을 만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한국수필문단의 교통정리는 누가 해야 하는가
수필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 이사장 김학
【Ⅰ】
지금은 수필의 전성시대다. 각종 문예지와 교양잡지, 동인지, 사보는 물론 15가지의 수필전문지마다 수필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수필전문지의 경우 월간에세이와 수필문학을 비롯하여 격월간 한국수필, 수필과 비평, 시대수필, 계간 에세이문학, 수필, 수필춘추, 창작수필, 현대수필, 選 수필, 에세이21, 수필세계, 에세이문예, 한국수필가 등 많기도 하다. 이들 수필 전문지가 대부분 서울에서 발행되지만 지방에서 발행되어도 경쟁력을 갖춘 당당한 수필전문지가 없지도 않다. 1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확고한 기반을 다진 전주의 격월간 수필과 비평을 비롯하여 지난해부터 대구에서 나오는 계간 수필세계와 부산에서 나오는 계간 에세이문예도 뒤늦은 출발을 만회하려는 듯 좋은 책 만들기에 열정을 기울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그야말로 지금은 수필전문지의 군웅할거시대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다만 격월간 수필시대가 3월 중 출간되리라는 소식이었는데 아직 창간호가 나오지 않고 있어 기다려진다.
이처럼 많은 수필전문지들이 매호마다 수필가를 배출하고, 다양한 수필이론을 게재하여 수필문단의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일은 경하할 일이다. 그러나 수필문단이 안고 있는 숙제는 과연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이를테면 요즘 인터넷 시대에 맞도록 수필이 짧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이 짧은 수필의 호칭마저 잡지마다 다르다. '短隨筆' '寸感首題' '五枚隨筆' '千字春秋' '掌篇隨筆' '짧은 수필'……. 이러니 우리들 수필가는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어야 할 것인가? 또 문제가 있다. 수필의 날 선정문제만 해도 그렇다. 어느 한 전문지가 날짜를 택하여 수필의 날이라고 선정하면 그 밖의 수필전문지들이나 수필가들이 선뜻 호응하기 어려울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적극 나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필분과 회장이 15개 수필전문지 대표를 초청하여 협의를 해보고, 세미나도 열며, 그러고도 결론을 도출하지 못하면 한국문인협회 소속 수필가들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짧은 수필의 명칭이나 수필의 날 날짜를 선정하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한다. 그리하여 수필의 날을 맞아 범 수필문단의 축제를 만들어 연례행사로 만든다면 좋겠다. 모든 수필가들이 한 덩어리가 되어 원무라도 추면 좋지 않겠는가. 또 앞으로는 수필분과위원회가 앞장서서 우리 수필문단의 공동관심사를 조정 또는 정리해나가야 하리라 믿는다. 15개 수필전문지들이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우리 수필문단에서 이해를 초월하여 수필문단의 교통정리를 할 수 있는 조직으로는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가장 적격자가 아닐까 싶다. 그리 되려면 수필분과위원회의 역할과 기능이 더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Ⅱ】
월간 순수문학 3월호에는 <이 달의 수필>에 8명의 작품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보다 3편이 늘었다. 한 편 한 편 살펴보기로 하자.
<손을 잡아주세요>
밝은 예화와 어두운 예화를 대비시켜 독자로 하여금 공감의 박수를 치도록 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결미에서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를 극명하게 일깨워준, 독자를 향한 작가의 메시지가 강력한 흡인력을 갖고 있다.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에 나오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을 위한 정부"는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라야 옳을 텐데 오타가 난 것 같다.
<「44444」「2222너2222」>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성공적인 제목 붙이기라 할 수 있다. 내용에는 다양한 자료와 정보가 담겨져 있고, 위트와 유머가 넘친다. 읽을거리가 넘치는 이 시대에 독자의 사랑을 받기에 좋은 수필이다. 짧은 한 편의 수필에 푸짐한 동서고금의 재미난 화소를 듬뿍 담았다. 그게 오히려 약간 산만한 느낌을 주어 아쉽다. 때로는 소재를 아꼈다가 다른 작품에 활용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컴퓨터나 핸드폰을 활용한 요즘 젊은 세대들의 해괴망칙스런 변용문자를 은근히 꼬집는 글이다. 재미있게 읽히는 수필이다.
<에드몬톤 묘각사>
불교에 조예가 깊은 작가의 면모를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입체적 구성인데 주제가 뚜렷이 부각되지 않아 아쉽다. 카나다에 사찰이 많이 불어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불암사의 추억을 되새기려는 것인지 애매하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것처럼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다. 이 작품의 서두는 독자의 호기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극히 상식적인 일반론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94쪽 "이곳 에드몬톤에도…"부터를 서두로 끌어올리면 어떨까 싶다. 제목에까지 내세운 묘각사이니 만큼 그 절에 대한 묘사와 신축배경 등을 더 자세히 설명해주는 게 좋았겠다.
<프로는 아름답다>
이 작품 한 편만 읽어도 박학다식한 작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문장이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예화가 풍부하며 설득력을 갖추었다. 독자가 절로 머리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문세가 기운차고 박진감이 넘친다. 음악으로 말하자면 행진곡풍이라고나 할까? 이 작품의 제목은 바로 프로가 되고 싶다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드러낸다. 경제가 어려워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용기와 자신감을 불러 일으켜줄 경쾌한 작품이다. 술술 잘 읽히는 작품이다.
<고향의 11시인 시비 한자리에>
수필이 무형식의 문학임을 보여주는 본보기 중 하나라 하겠다. 기록문의 범주에 머물 작품이다. 제목이 어색하다. 차라리 <11명의 고향시인 시비 한자리에>라 하거나 <고향시인 시비 한자리에>라고 했더라면 좋았겠다. 굳이 제목에 <11>이란 숫자를 넣다보니 어색한 표현이 되었다. 그 숫자는 제목이 아니라 내용에 넣으면 될 일이다. 11명 시인의 작품과 해설까지 기록하다보니 무려 귀중한 6장이란 지면을 소비하게 되었다. 수필 3편 정도가 들어갈 지면을 차지한 셈이다.
<있을 때 잘해>
인기 유행가에서 따온 제목이라 친근감은 있지만 산뜻하고 신선한 느낌은 없다. 인기를 누린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노래의 제목을 그대로 수필의 제목으로 따올 때 겪게 되는 현상이다. 제목도 표절해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서두부터 대화체로 문을 열었다. 수필은 산문이니까 희곡적 수법인 대화체 삽입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게 좋다고 본다. 백금반지의 다이아몬드처럼 아껴서 활용하라는 말이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글이 산만해진다. 가급적 풀어 쓸 일이려니 싶다. 상처한 친구가 재혼을 한 뒤 변화를 선명하게 대비한 글이다. 결미가 독자의 마음에 깨달음을 준다.
<개구멍>
개구멍은 누구에게나 친근한 단어다. 그러나 이 작품에 빠지면 마치 미로를 헤매는 느낌이다. 작가는 자기의 생각이 흘러간 대로 그걸 문자로 표기하면 되겠지만 독자는 작가의 그 의식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 작가가 개구멍을 지나 걸어다닌 산책코스를 알기 쉽게 묘사하지 않아 독자를 헤매게 하고 있다. 그러나 산책과정과 인생을 결부시켜 일반화한 것은 잘 된 기법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나뭇잎을 다 떨궈버린 겨울나무처럼 군더더기를 더 덜어내야 독자가 수필의 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안부가 궁금한 이유>
이 작품에서는 마음이 따뜻한 작가의 체취와 심성을 맛볼 수 있어 흐뭇하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할아버지와 아파트로 이사 오기 전 동네시장에서 분식 집을 운영하시던 할머니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작가의 마음이 안방의 화롯불처럼 훈훈하다.
"언제부터인가 저는 제가 알고 지내던 제 주변의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그 분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는 합니다." 이 한 구절만 읽어보아도 이 작가가 마치 조선시대의 어느 집 며느리 같은 느낌을 받는다. 성정이 고운 여인임을 알 수 있다.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때려 숨지게 했다는 세상에 이런 여인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그런데 옥의 티지만 "미용실에 들릴 때"는 "미용실에 들를 때"로, "금새"는 "금세"로 바로잡아야 한다.
【Ⅲ】
문학 장르 가운데서 특히 수필을 쓰는 이들은 우리말의 지킴이가 되어야 한다. 아름다운 우리말을 갈고 닦아서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한극 맞춤법 공부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 문장에 쓰이는 문장부호 역시 아주 중요하다. 문장부호 하나는 글자 한 자와 다를 바 없이 중요하다. 이번 이 달의 수필에 발표된 수필 중에서는 유독 말 줄임표의 사용이 남용되고 있었다. 말 줄임표는 "…"처럼 가운데에 점 세 개를 찍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처럼 점 6개를 찍는 이도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를 펼쳐 보면 알 수 있다. 전자가 아니라 후자가 맞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입학의 달 3월이 가면 봄꽃이 만발할 4월이 가슴을 열게 될 것이다. 4월에는 어떤 수필을 만날 수 있을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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