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시대의 예절

2005.04.10 10:31

김학 조회 수:59 추천:8

e시대의 예절
김 학(수필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현대는 e-mail시대요, 휴대전화의 시대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편지보다 e-mail을 선호하고, 주민등록증과 더불어 휴대전화를 갖고 다닌다. e-mail은 누구나 자기 집에서는 물론이요, 관공서 민원실이나 PC방 등 어디서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어 여간 편리한 게 아니다.
신문이나 텔레비전의 뉴스 끝에는 반드시 취재 기자의 e-mail주소를 소개한다. 기자와 독자 또는 시청자 사이에 직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좋은 뉴스에는 격려의 메일을 보내고, 잘못 된 뉴스에는 엄중한 항의메일을 보낼 수도 있다. 참으로 기자노릇 하기 어려울 정도로 편리해진 세상이다.
요즘에는 명함이나 문인의 저서에다 e-mail주소와 홈페이지 주소를 새겨두는 일은 다반사가 되고 있고, 일부 문예지에서도 필자의 e-mail 주소를 작품의 말미나 주소록에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휴대전화의 기능과 모양은 날이 갈수록 더 다양해지고 있다. 휴대전화로 주식도 사고 팔 수 있고, 인터넷도 할 수 있으며,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휴대전화와 e-mail 사이에 교류도 가능할 뿐 아니라 밖에서 집안의 전자제품까지도 동작시킬 수 있다. 오늘날의 전자제품은 너무 기능이 다양해서 모두 사용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e-mail은 날마다 스팸메일과의 전쟁을 치러야 한다. e-mail 주소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불법적으로 사고 파는 세상이 되었다. 그 때문에 원하지 않는 광고나 음란 사이트를 소개하는 메일이 시도 때도 없이 날아든다. 네티즌들은 그런 메일을 지우는 데 날마다 많은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 스팸메일을 신고한다 해도 끊임없이 밀려오니 손을 들 수밖에 없다. 마치 6·25 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연상케 한다. 정보통신부가 규제조치를 내렸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역불급(力不及)인 모양이다.
무슨 선거 때만 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이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후보들이 어찌나 문자 메시지와 음성 메시지를 자주 남기던지 몹시도 곤혹스럽다. 자치단체장이나 의원선거 때만 그런 게 아니다. 선거란 선거는 어떤 선거나 다를 바 없다. 그냥 전화를 걸면 받기만 하면 되니 괜찮지만,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면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으니 수신자에게 경제적인 피해까지 끼친 셈이다.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를 확인하려면 통화료가 부과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유권자에게 경제적인 폐를 끼치면서까지 표를 얻으려 하다니 너무 뻔뻔스런 후보들이지 싶다.
물론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후보들로서는 편리한 첨단의 과학기술인 e-mail이나 휴대전화를 활용하여 최대한의 홍보효과를 거두고 싶은 게 당연할 것이다. 어찌 보면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이니까, 수신자의 짜증쯤 아랑곳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 볼 일이다. e-mail이나 휴대전화를 주고받는 데도 분명히 예절을 지켜야 하리라 믿는다. 상대방에게 기쁨이나 즐거움 또는 유익을 주는 내용이 아니라면 제발 마구잡이 식으로 보내지 말았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는 IT선진국국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