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필문단의 신선한 움직임 한 가지

2005.04.18 08:39

김학 조회 수:109 추천:24

한국 수필문단의 신선한 움직임 한 가지
                                       김학(국제펜클럽한국본부 부이사장, 수필가)

                                          【Ⅰ】
  지난 3월 격월간 '수필시대(발행인 성기조, 주간 김종완)' 창간호가 첫 선을 보이게 되었다. 수필 전문지로서 15번째 막내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새롭게 태어난 이 '수필시대'가 앞으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우리 수필문단을 활성화시킬지 기대가 크다. 그런데 또 한 가지 수필전문지가 출산을 서두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열여섯 번째 수필전문지가 될 것이다. 책의 제목은 '에세이스트'라던가?
수필인구는 날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고, 수필동인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적 추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수필문단에는 어른들이 분명 계시는데도 어른이 안 계시는 것처럼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유력한 중견이나 원로 수필가들은 저마다 수필전문지 하나씩 발간하며 그 수필전문지 출신들을 거느리는 사령관 행세를 하기에 바쁜 것 같다. 우리 수필문단을 한 덩어리로 아우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이들이 없어 아쉽다.
군대조직을 살펴 볼 필요가 있겠다. 특히 육군을 보면 몇 개 사단이 모여 군단을 이루고, 그 군단이 모여 군사령부를, 또 몇 개의 군사령부가 모여 육군을 이룬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수필문단을 살펴보면 마치 참모총장은 없고 사령관들만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다른 부대와 교류도 없이 오로지 자기 부대만 껴안고 작전에 임하는 형국이 아닌가 싶다. 수필이라는 나라를 침범하려는 외적을 물리치려면 때로는 수필부대들이 서로 협조하고 지원하는 등 공조체제를 갖춰야 할 텐데 그런 기구나 모임 자체가 없다는 게 늘 아쉬웠다.
수필이 주변문학으로 매도되거나 신문의 신춘문예에서 쫓겨나도 누구 한 사람 항의하거나 의견을 개진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도 없다. 그런데도 수필인구는 꾸준히 늘어난다. 그러기에 수필문단의 대부분 지도자들이 중지를 모아 타개책을 강구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려 들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내 배 부르고 등 따뜻하면 그만이지 무엇 때문에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겠느냐 하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초롱초롱한 수필문단의 후배들의 눈총을 의식해야 하리라. 달마다 철마다 큰 꿈을 안고 나오는 후배 수필가들이 어깨를 펴고 떳떳하게 우리 문학풍토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게 선배들의 당연한 임무가 아니겠는가?
새봄과 더불어 우리 수필문단에 신선한 움직임이 일고 있어 기대가 크다. 문단의 다른 장르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일이 우리 수필문단에서 일어나고 있다.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 4월 8일 오후 6시 서울 수운회관 13층 수필문학사 사무실에서는 이색적인 모임이 있었다.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 도창회 회장이 초대한 형식의 모임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문인협회 강석호 부이사장, 국제펜클럽한국본부 김학 부이사장, 격월간 한국수필의 김병권 부이사장과 이숙 사무국장, 계간 에세이문학의 맹란자 발행인과 손광성 회장, 계간 선수필의 김진식 주간, 제물포수필문학회의 한상렬 회장 등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더 많은 수필관계자들을 초대했지만 각자 사정이 있어서 도창회 회장에게 위임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첫째 모든 수필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수필의 날'을 제정하기 위하여 강석호 김학 한상렬을 연구위원으로 위촉하여 연구하도록 하였고, 15개 수필전문지가 참여하는 가칭 한국수필전문지협의회를 구성, 정보를 교환하여 행사의 중복을 피하고. 수필문단의 권익을 드높이기 위하여 대외적으로 공동의 목소리를 높이자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회가 수필부문 대상의 상 명칭(가칭 피천득 수필문학상)을 제정하여 매년 시상할 수 있도록 하며, 수필의 날이 제정되면 범수필문단적인 수필축제도 마련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또 한국문협수필분과위원회가 현재 발행되는 15가지 수필전문지와 전국 방방곡곡에서 발행되는 수필동인지의 실태를 파악하여 우리 수필문단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수집한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도록 했다. 그밖에도 중앙일간지 신춘문예에 수필이 포함되도록 적극 노력하는 등 획기적인 의견들이 교환되었다. 수필의 전성시대에 걸맞는 신선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공식적인 모임이 이뤄진 것은 우리 수필문학사에 없었던 일이 아닌가 싶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순 없을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 노력하면 우리가 늘 생각하던 우리 수필문단의 꿈이 이뤄지리라 믿는다. 이것은 누구 몇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수필가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내 자신의 일이라는 자세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협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