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랑에 푹빠졌습니다

2005.08.08 12:24

정현창 조회 수:57 추천:7

새로운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전북대학교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기) 정현창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으며 내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는 걸 알았습니다. 참으로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언젠가부터 저는 행복이 TV드라마나 CF에서만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거울을 통해서 보이는 제 눈동자에서도 행복이 보인답니다."
이병헌의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라는 노랫말입니다.


한때는 볼링을 사랑하여 아내와 함께 매일저녁 볼링장에서 살았습니다. 엄동설한 손발이 꽁꽁 얼었어도 볼링장까지 걸어가 한두 시간씩 기다렸다가 몇 게임을 치곤 했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간이 기다려지고 우리 부부는 행복했습니다. 볼링 클럽에도 들고 볼링화와 볼링공도 최고급품으로 샀습니다. 안방 천장에서도 볼링공이 굴러다녔고, 밥상 위에도 레인이 보였습니다. 볼링만 생각하면 그저 좋았습니다. 책을 사서 공부도하고 시합에도 열심히 참가했었습니다. 그 당시 우리 부부의 모든 행복은 볼링에서 나왔고 볼링을 위해 투자한 돈 은 전혀 아깝지가 않았습니다. 볼링은 우리 부부의 사랑이었고 삶이었습니다. 그렇게 사랑했던 볼링에 대한 사랑이 서서히 식어갈 무렵 사진을 만나 사랑했었고, 수영, 그리고 최근까지는 마라톤을 끔찍이도 사랑하였습니다. 나는 다혈질에 정이 많아서인지 사랑에 잘 빠집니다. 적당히 즐기는 게 아니라 아예 푹 빠져버립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진합니다. 사랑이 넘치면 실망도 커지기 때문에 그 사랑 안에서 오래 머물지 못하나 봅니다.


또다시 새로운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번에도 사랑에 푹 빠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새벽운동을 갈 때는 한 걸음 한 걸음이 그 생각뿐입니다. 풀벌레소리, 매미소리, 이름 모를 작은 새 소리에서도, 달맞이꽃, 풀한 포기, 새벽안개 속에서도 온통 그 생각뿐입니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 속에서도, 심지어 폭우로 넘실대는 황토 빛 시냇물에서도 그 생각을 합니다. 그 날,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기초반에 등록하는 순간 첫눈에 그에게 반해버렸습니다. 그를 만난 지 한 달여 만에 난산을 통하여 20여 편의 사랑의 열매를 출산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 무녀리들뿐입니다. 그래도 나는 그를 너무도 사랑하여 임신을 했기에 하나하나 너무 소중합니다. 세상이 모두 아름답게 보입니다. 가슴이 벅차 오릅니다. 자꾸만 사랑의 결실을 만들고 싶습니다. 빨리 끓는 냄비는 바로 식어 버린다고는 하지만 지금만은 그저 그와의 사랑만 하고 싶습니다. 내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렵니다.  요즘 내 생활이 너무도 달라졌습니다. 집에서나 회사에서 남는 시간은 텔레비전을 보거나 잠을 자곤 했으나 그를 사랑하면서부터는 그를 위하여 모든 시간을 보냅니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나와 그를 위하여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로 인하여 나는 너무 행복합니다. 내가 그를 사랑하는 한 그도 나에게 행복을 선사할 것입니다. 그는 내가 요즘 새로이 사랑에 푹 빠져버린 '수필' 입니다.
                               (2005.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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