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스트레스
2005.08.19 07:47
[서향숙 칼럼]아이들의 스트레스
2005-08-18 17:14
언제부턴가 모임을 가지면 으레 2차로 노래방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새삼 상대방의 다른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고, 아는 노래 몇 곡을 함께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경계도 서서히 무너진다. 어쩌다 진짜 노래를 멋지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보너스로 높아진다.
“예전에 노래방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살았지?” 뭐 이런 넋두리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얼마 전 두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가족끼리 노래방에 갔었다. 어쩌다 직장 동료들이나 몇몇 지인들과 또는 가족단위 모임에서 가기는 했어도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된 후 정식으로 노래방을 가기는 처음이었다. 몇 번 가자고 했던 것을 미루다 간 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노래 한 곡 제대로 듣기 힘든 고2 아들과 마술과 스포츠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중3 아들, 40대의 부모가 과연 노래방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 괜히 썰렁한 분위기로 세대간의 갈등(?)만 확인하는 거 아냐?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용기있게 처음 마이크를 잡은 큰아들은 공부할 때 섬세한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아주 터프하게 노래 한 곡을 불렀다. 이에 질세라 우리의 ‘터프가이’ 둘째가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신 유행 곡을 내리 3곡씩이나 멋들어지게 부르는 게 아닌가! 신나는 노래에 맞춰 나머지 3명은 신명나는 춤사위로 즉석 백 댄서 역할을 했다.
가사 한 구절 안 틀리고 계속 마이크를 놓지않는 아이에게 “아니 저 아이 평소에 암기 과목 힘들다고 한 아이 맞아?” 하면서 말이다.
엄마 아빠의 흘러간 노래 열창에는 아이들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열렬히 박수까지 치면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는 동안 훌쩍 2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내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어떤 것이고,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이며, 또 어른 못지 않게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동무를 통해 엄마 아빠보다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린 두 아들과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진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노래방을 나오면서 섬광처럼 스치듯 새로운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신나게, 진지하게 분출하고픈 스트레스가 참 많구나! 입시라는 거대한 짐에, 부모가 더 조급해 하는 성적, 시험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우리 아이들의 자람을 옥죄고 있을까를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사실 요즈음 부모들은 더 힘들다. 여유가 있는 가정이나 여유가 없는 가정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원비 과외비를 챙기느라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또 어렵게 투자한 만큼에 성적을 은근히 기대 하면서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여름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이라고 해야 여기저기 학원, 과외 다니랴 한 달 내내 보충 수업하랴, 제대로 쉴 틈도 없었던 자녀들을 한번 헤아려 보자.
공부에 대해서 입시에 대해 아니면 부모와 친구관계에서 혹시 위험 수치까지 올라와 있을지도 모를 내 자녀의 스트레스를 점검해 보자. 그리고 늘 아이들과 함께 풀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무엇이든….
/서향숙(KBS전주방송총국 PD)
2005-08-18 17:14
언제부턴가 모임을 가지면 으레 2차로 노래방을 찾는 경우가 많아졌다.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새삼 상대방의 다른 내면을 들여다 보게 되고, 아는 노래 몇 곡을 함께 부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보이지 않는 경계도 서서히 무너진다. 어쩌다 진짜 노래를 멋지게 잘하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평가도 보너스로 높아진다.
“예전에 노래방이 없을 때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고 살았지?” 뭐 이런 넋두리까지 해 가면서 말이다.
얼마 전 두 아들의 성화에 못 이겨 가족끼리 노래방에 갔었다. 어쩌다 직장 동료들이나 몇몇 지인들과 또는 가족단위 모임에서 가기는 했어도 아이들이 중·고등학생이 된 후 정식으로 노래방을 가기는 처음이었다. 몇 번 가자고 했던 것을 미루다 간 것이다.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공부하느라 노래 한 곡 제대로 듣기 힘든 고2 아들과 마술과 스포츠에 유난히 관심이 많은 중3 아들, 40대의 부모가 과연 노래방에서 어울릴 수 있을까? 괜히 썰렁한 분위기로 세대간의 갈등(?)만 확인하는 거 아냐? 뭐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것은 기우였다.
용기있게 처음 마이크를 잡은 큰아들은 공부할 때 섬세한 그 모습은 어디로 가고 아주 터프하게 노래 한 곡을 불렀다. 이에 질세라 우리의 ‘터프가이’ 둘째가 마이크를 이어 받았다.
평소에 음악을 좋아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최신 유행 곡을 내리 3곡씩이나 멋들어지게 부르는 게 아닌가! 신나는 노래에 맞춰 나머지 3명은 신명나는 춤사위로 즉석 백 댄서 역할을 했다.
가사 한 구절 안 틀리고 계속 마이크를 놓지않는 아이에게 “아니 저 아이 평소에 암기 과목 힘들다고 한 아이 맞아?” 하면서 말이다.
엄마 아빠의 흘러간 노래 열창에는 아이들이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열렬히 박수까지 치면서 분위기가 한참 무르익는 동안 훌쩍 2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나는 처음으로 내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어떤 것이고,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이며, 또 어른 못지 않게 우리 아이들도 신나게 놀 수 있다는 사실을 이 날 처음 알았다.
그리고 서로의 어깨동무를 통해 엄마 아빠보다 어느새 키가 훌쩍 커버린 두 아들과 처음으로 가족이라는 진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노래방을 나오면서 섬광처럼 스치듯 새로운 사실을 떠올렸다. 우리 아이들도 저렇게 신나게, 진지하게 분출하고픈 스트레스가 참 많구나! 입시라는 거대한 짐에, 부모가 더 조급해 하는 성적, 시험이라는 굴레가 얼마나 우리 아이들의 자람을 옥죄고 있을까를 새삼스럽게 생각했다.
사실 요즈음 부모들은 더 힘들다. 여유가 있는 가정이나 여유가 없는 가정이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학원비 과외비를 챙기느라 아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고, 또 어렵게 투자한 만큼에 성적을 은근히 기대 하면서 알게 모르게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 여름 방학도 얼마 남지 않았다. 방학이라고 해야 여기저기 학원, 과외 다니랴 한 달 내내 보충 수업하랴, 제대로 쉴 틈도 없었던 자녀들을 한번 헤아려 보자.
공부에 대해서 입시에 대해 아니면 부모와 친구관계에서 혹시 위험 수치까지 올라와 있을지도 모를 내 자녀의 스트레스를 점검해 보자. 그리고 늘 아이들과 함께 풀 수 있는 우리 가족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 보는 것은 어떨까? 그 무엇이든….
/서향숙(KBS전주방송총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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