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2005.11.06 04:24
널뛰기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권영숙
쿵덕 쿵 쿵덕 쿵 널뛰는데
싸라기 받아서 닭 주고
왕겨를 받아서 개 주고
종구래기 옆에 차고
하늘의 별 따러 가자
깔깔거리는 이이들의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터지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자기 짝과 손을 잡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며 즐거워하고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 마당이었다. 대나무 막대를 항아리에 던져 넣는 투호 놀이, 바퀴를 쇠막대로 굴리는 굴렁쇠 놀이, 긴 널빤지의 중간을 돌돌 만 가마니로 괴어 놓고 양쪽 끝에 올라서서 번갈아 뛰는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널뛰기 장소로 갔다. 널뛰기의 유래, 뛰는 방법을 설명하고 몸무게가 비슷한 아이들끼리 짝을 지어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차례가 되면 자기 짝과 널을 뛰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리도 열심히 설명했건만 둘이 같이 뛰어 오르는 아이들, 널에서 한 발도 뛰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좀 잘 뛴다 싶으면 박자가 맞질 않아 널이 멈추고 말았다. 시범으로 옆 반 선생님과 내가 짝을 이뤄 뛰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마음 같아서는 박자만 맞추면 쿵덕 쿵 잘 뛸 것 같았는데 나 역시 생각과는 다르게 널빤지에서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구령을 붙여가며 다시 해 봐도 널은 흐지부지 멈추고 말았다.
치맛자락 펄럭이며 하늘 높이 뛰어 오르던 옛 여인네들의 모습은 신나 보였는데 내가 뛰어보니 생각보다 참 어려웠다. 안되겠다 싶어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 둘을 뽑아 옆에서 부축을 하며 박자를 맞춰주었다. 제법 높이까지 뛰어 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조금이나마 요령을 터득한 아이들이 재미를 붙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널뛰기에 빠져들었다.
옛날에는 옥에 갇힌 남편을 보기 위하여 널을 뛰면서 담장 너머로 남편의 얼굴을 엿보았다고 한다. 부녀자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에 담장 밖의 세상풍경과 외간 남자를 몰래 보기 위해 널을 뛰었다고도 한다. 명절이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동네 한가운데 만들어 놓고 놀 수 있도록 했다. 높이 뛰어 올라 상대를 떨어뜨려야 이기는 놀이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놀이 마당에나 와야 구경할 수 있는 옛 사람들의 놀이가 되고 말았다.
널뛰기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딱 맞아야 계속할 수 있는 놀이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이 잘 오를 수 있도록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놀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낮춰 상대를 올려주고 상대 또한 나를 올려주는 놀이를 즐기면서 '나'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요즘시대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널뛰기에 정신을 빼앗긴 아이들을 보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널뛰기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관계란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지 않으면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어느 한쪽만 잘해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고 배려해 줄 때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리라 믿는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야) 권영숙
쿵덕 쿵 쿵덕 쿵 널뛰는데
싸라기 받아서 닭 주고
왕겨를 받아서 개 주고
종구래기 옆에 차고
하늘의 별 따러 가자
깔깔거리는 이이들의 웃음소리와 환호성이 터지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자기 짝과 손을 잡고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며 즐거워하고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 마당이었다. 대나무 막대를 항아리에 던져 넣는 투호 놀이, 바퀴를 쇠막대로 굴리는 굴렁쇠 놀이, 긴 널빤지의 중간을 돌돌 만 가마니로 괴어 놓고 양쪽 끝에 올라서서 번갈아 뛰는 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였다.
우리 반 아이들을 데리고 널뛰기 장소로 갔다. 널뛰기의 유래, 뛰는 방법을 설명하고 몸무게가 비슷한 아이들끼리 짝을 지어 자리에 앉게 했다. 그리고 차례가 되면 자기 짝과 널을 뛰도록 하였다. 그런데 그리도 열심히 설명했건만 둘이 같이 뛰어 오르는 아이들, 널에서 한 발도 뛰지 못하고 쩔쩔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좀 잘 뛴다 싶으면 박자가 맞질 않아 널이 멈추고 말았다. 시범으로 옆 반 선생님과 내가 짝을 이뤄 뛰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마음 같아서는 박자만 맞추면 쿵덕 쿵 잘 뛸 것 같았는데 나 역시 생각과는 다르게 널빤지에서 발이 떨어지지를 않았다. 구령을 붙여가며 다시 해 봐도 널은 흐지부지 멈추고 말았다.
치맛자락 펄럭이며 하늘 높이 뛰어 오르던 옛 여인네들의 모습은 신나 보였는데 내가 뛰어보니 생각보다 참 어려웠다. 안되겠다 싶어 운동 신경이 좋은 아이 둘을 뽑아 옆에서 부축을 하며 박자를 맞춰주었다. 제법 높이까지 뛰어 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조금이나마 요령을 터득한 아이들이 재미를 붙여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널뛰기에 빠져들었다.
옛날에는 옥에 갇힌 남편을 보기 위하여 널을 뛰면서 담장 너머로 남편의 얼굴을 엿보았다고 한다. 부녀자의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던 때에 담장 밖의 세상풍경과 외간 남자를 몰래 보기 위해 널을 뛰었다고도 한다. 명절이면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동네 한가운데 만들어 놓고 놀 수 있도록 했다. 높이 뛰어 올라 상대를 떨어뜨려야 이기는 놀이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통놀이 마당에나 와야 구경할 수 있는 옛 사람들의 놀이가 되고 말았다.
널뛰기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의 호흡이 딱 맞아야 계속할 수 있는 놀이이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상대방이 잘 오를 수 있도록 적절한 조절이 필요한 놀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낮춰 상대를 올려주고 상대 또한 나를 올려주는 놀이를 즐기면서 '나'를 중심으로 시작되는 요즘시대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 주고 싶었다.
널뛰기에 정신을 빼앗긴 아이들을 보며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도 널뛰기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관계란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 주지 않으면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어느 한쪽만 잘해서 유지되는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감싸주고 배려해 줄 때 원만한 관계가 유지되리라 믿는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54 | 천년 은행나무 앞에서 | 조종영 | 2005.11.07 | 84 |
| » | 널뛰기 | 권영숙 | 2005.11.06 | 66 |
| 152 | 사선대 가는 길 | 김인순 | 2005.10.27 | 78 |
| 151 | 세월의 강 | 김영옥 | 2005.10.26 | 74 |
| 150 | 씨와 밭 | 김영옥 | 2005.10.08 | 69 |
| 149 | 조손친교 2박3일 | 김학 | 2005.10.05 | 83 |
| 148 | 아주 잘 지냄 | 이금주 | 2005.10.02 | 90 |
| 147 | 이 가을에는 | 서순원 | 2005.09.29 | 61 |
| 146 | 추억의 곰소항 | 송기옥 | 2005.09.27 | 65 |
| 145 | 별 헤는 밤 | 정현창 | 2005.09.26 | 97 |
| 144 | 숟가락 방랑기 | 정현창 | 2005.09.23 | 65 |
| 143 | 보따리 사랑 | 한경선 | 2005.09.23 | 69 |
| 142 | 이목구비 | 정현창 | 2005.09.20 | 70 |
| 141 | 융수현에서의 3박4일 | 박선배 | 2005.09.19 | 65 |
| 140 | 시간여행 | 이양기 | 2005.09.17 | 60 |
| 139 | 옛날 추석 요즘 추석 | 김학 | 2005.09.16 | 133 |
| 138 | 벌초 | 권영숙 | 2005.09.15 | 50 |
| 137 | 코뚜레 | 정현창 | 2005.09.14 | 69 |
| 136 | 대전법원의 가을편지 | 이은재 | 2005.09.12 | 239 |
| 135 | 우리 집 공 씨들 | 이금주 | 2005.09.12 | 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