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아내가 뽑은 우리 집 10대 뉴스

2005.12.11 12:29

양용모 조회 수:83 추천:15

2005년, 아내가 뽑은 우리 집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야) 양용모


  수필창작 반에서 숙제가 떨어졌다. 각자 우리 집의 10대 뉴스를 선정하여 수필로 쓰라는 것이다. 교수님의 엄명(?)이니 쓰기는 써야 한다. 그런데 같이 공부하는 원우들의 눈치를 보니 모두 쓸 것 같지가 않았다. 대충 웃어넘기는 분위기다. 나는 집에 돌아와 공지를 하였다. 2005년 우리 집 10대 뉴스를 쓰시오. 그러고는 A4용지에 좋은 일, 좋지 않은 일로 나누어 제목을 달아 놓았다.

나는 우선 두 번째 수필집 '짐바탱이' 출간을 1번으로 올리고는 다음 생각을 하기로 하였다. 그러고는 며칠이 지났는데 아내가 10대 뉴스를 적어서 가지고 왔다. 정리한 것을 보니 우리식구들이 건강하고 무사하게 보낸 것이 1번이다. 둘째는 셋째아이가 수능시험 무사히 치른 것이고, 내가 세례를 받은 것이 다음이다. 나의 수필집 짐바탱이 출간은 네 번째 뉴스였다. 두 딸이 베트남에 단기 선교를 갔다 온 것이 다섯 번째다. 식구간에 화목한 것이 여섯 번째로 되어 있다. 좋지 않은 것을 보니 첫 번째는 온 식구가 한자리에 모이지 않는 것이고, 같이 식사하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식구가 모여도 대화가 없이 TV만 보니 속이 터진다. 김치를 먹지 않는다. 독서하지 않는다. 둘째딸이 대학교를 중퇴하고 편·입학을 위하여 공부하는 것을 맨 끝 뉴스로 선정하였다. 그러니까 10대 뉴스는 채우지 못하고 좋은 일은 여섯 개 좋지 않은 일은 5개 이렇게 선정한 것이다. 이것은 아내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선정이다. 아이들에게 10대 뉴스를 물으니 제각기 무슨 그런 것을 하느냐는 식으로 관심도 없었다.

가정이란 것은 행복의 근원이고 만사의 근본이어야 한다. 스스로 백조(白鳥)라고 칭하고 늘 바쁘다는 아내는 동사무소 청소년수련원 등 공짜로 공부하고 저렴하게 운동할 곳을 잘도 찾아다닌다. 열성으로 교회에 나가며 봉사하는 일에도 남에게 뒤지지 않는다. 나는 가끔 내 아내 같은 사람이 있어야 교회도 유지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교회에 궂은 일이나 좋은 일이나 따라 다니며 거든다. 그렇다고 앞장서서 하는 것은 아니고 그저 묵묵히 뒤따라 다니며 한다. 그런 아내의 모습이 나는 참 좋다.
이왕지사 식구들 이야기가 나왔으니 더 해야겠다. 큰딸아이는 대학을 마치고 병원 약제과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제 어머니를 닮아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매년 단기선교를 해외로 나가서 하나님 기쁜 일을 한다. 둘째딸은 대학을 다니다가 그만 두었다. 학문에는 뜻이 없고 패션이나 화장하는 일, 돈 버는 일에 관심이 많다. 올해에 산업디자인학과 3학년인데 급기야 2학기에 학교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돈을 벌어서 의상학과로 편입하겠다고 한다. 그냥 대학이나 마치면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리지도 못했다. 막내는 사내아이인데 올해 수능시험을 치렀다. 썩 잘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저 원하는 대학은 갈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아주 평범한 집안이다. 크게 문제되는 것도 없고 크게 고민거리도 없다. 그러니 남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뉴스거리가 없는 것이다.

12월의 마지막 달을 보내며 나는 곰곰이 생각해본다. 아내의 말대로 우리 집의 10대 뉴스의 톱은 아마 식구들 모두 건강하게 한 해를 보낸 것이 가장 큰일인지도 모른다. 국가나 사회나 뉴스거리가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일 때가 있다. 좋은 일이야 얼마든지 많이 생기면 좋겠지만 해마다 10대 뉴스를 보면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생겨서는 안 될 사건이 터져 10대 뉴스가 된 것이 많기 때문이다. 세상사라는 게 바라는 것처럼 아름다운일만 생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럼에도 나는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내년에는 나라의 일이나 우리 가정의 일이나 꼭 좋은 일만 생기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