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야
2006.08.28 10:52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야
행촌수필문학회 이순주(원불교 서울 신림교당 선조교무)
관악산 계곡에서 5학년 6학년 7학년 8학년 어르신들의 이동 선방이 열렸다.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신림교당 수요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들이 8월의 폭염을 피해 계곡을 찾은 것이다.
교당의 봉고버스 2대면 특별히 경비를 걷을 필요도 없고 준비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심적 물적 부담이 적었다. 자발적으로 과일을 가져온 사람. 따끈한 찰밥을 해온 사람, 반찬을 가져온 사람.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오신 분들 덕에 계곡으로 출발할 때부터 인정이 넘쳐흘렀다.
일행들은 계곡의 그늘을 찾아 둥글게 돌 방석을 하고 앉아서 맑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고 목탁소리를 냈다. 독경소리를 타고 숲속의 흙먼지도 흘러내렸다. 관악산의 맑은 정기가 목탁소리를 타고 단전에 머물더니 입안에서 침이 흐르며 단전의 개울을 만들었다.
매미소리는 귓속에서 울어대고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했다. 성성적적 하다가 적적성성한 자연 속에 크게 듣는 귀는 누구며 안 들리는 귀는 누구 귀인가, 물었다. ‘물은 물’ ‘ 산은 산’ 인데 인연이 있어 산이 되고 물이 된 것인가? 인연으로 듣고 인연으로 보고 그랬다.
시간이 흐르자 크고 작은 사람들이 줄서서 웅성웅성 산으로 계곡으로 들어왔다. 관악산은 큰 자비를 베풀어 주며 사람들을 부르고 또 부르며 더위를 식혀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나는 아이로 돌아가 7학년 8학년 어르신들에게 물을 뿌리자 어르신들도 순간 서로에게 물 폭탄을 만들며 동심에 빠져들어 갔다. 우리들 옆을 지나던 아이가 어르신들의 물장구 치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물에 신발을 떨어뜨렸다. 물은 어른아이 분별하지 않고 사심 없는 마음을 열어주고 부드러움과 상쾌함을 나눠주는 보살행을 베풀었다. 일생을 맑은 물처럼 살다 가신 성산종사는
“허공은 여래요 물은 보살 이라.”
하셨던가? 세월을 잡수신 어르신들이 보살삼매경에 들어 허공 같은 극락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선방에서 모범적으로 선 정진을 하고 교리연마에 재미를 붙이신 어르신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하는 마음을 챙기게 되었다. 그 많던 동심 친구들이 한 분 한 분 열반의 세계로 떠나고 차례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동무삼아야 할 나이에 마음수행에 신심을 내서 종교적 깊은 수행을 부지런히 하며 일심을 모으고 지혜를 단련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 모습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격이 잘 익어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나는 선방을 지도하며 그분들을 볼 때마다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분들을,
‘향내나는 우리 교도님들!’
이라고 부른다.
선방에 열심히 정진하시는 분 중에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하시고 서예로서 인격을 고매하게 닦으시며 원불교교리에 심취되어 매일 아침마다 신문지에 붓글씨로 경전의 요지를 쓰며 명상하시는 82세 되시는 교산 김인교 선생님이 계신다. 교산 선생님과 함께 서도수행과 수요선방에서 정진하시는 분 중에는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셨던 7학년 연세의 제산 김제국 제가법사 선생님도 계신다. 그 분들은 선방 후 교리공부시간에 질 높은 문답을 통하여 선객들이 교리와 선에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각성을 주시고 지혜를 열어주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신다, 수요선방 정진시간에
“네가 있으므로 내가 행복 하다.”
는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 80이면 돈이 있으나 없으나 같은 사람이고, 나이 90이면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같다.”
고들 한다. 나이 70도 안 되어 주변사람들에게 ‘저사람 없는 것이 더 낳은 사람‘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하면서 늙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성숙해가는 사람이 되도록 근면한 수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 평균수명이 90 이상 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현실이니, 삶의 끝자락까지
"네가 있으므로 내가 행복했다,"
는 인격으로 정진하여 내가 죽은 그날, 그 사람이 여태 살아 있었나 할 정도의 사람은 되지 말고. 님은 가셨어도 님의 흔적은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행촌수필문학회 이순주(원불교 서울 신림교당 선조교무)
관악산 계곡에서 5학년 6학년 7학년 8학년 어르신들의 이동 선방이 열렸다. 매주 수요일 오전마다 신림교당 수요선방에서 정진하는 사람들이 8월의 폭염을 피해 계곡을 찾은 것이다.
교당의 봉고버스 2대면 특별히 경비를 걷을 필요도 없고 준비하느라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어서 심적 물적 부담이 적었다. 자발적으로 과일을 가져온 사람. 따끈한 찰밥을 해온 사람, 반찬을 가져온 사람. 시원한 음료수를 들고 오신 분들 덕에 계곡으로 출발할 때부터 인정이 넘쳐흘렀다.
일행들은 계곡의 그늘을 찾아 둥글게 돌 방석을 하고 앉아서 맑게 흐르는 물에 발을 담고 목탁소리를 냈다. 독경소리를 타고 숲속의 흙먼지도 흘러내렸다. 관악산의 맑은 정기가 목탁소리를 타고 단전에 머물더니 입안에서 침이 흐르며 단전의 개울을 만들었다.
매미소리는 귓속에서 울어대고 물 흐르는 소리가 크게 들리기도 했다. 성성적적 하다가 적적성성한 자연 속에 크게 듣는 귀는 누구며 안 들리는 귀는 누구 귀인가, 물었다. ‘물은 물’ ‘ 산은 산’ 인데 인연이 있어 산이 되고 물이 된 것인가? 인연으로 듣고 인연으로 보고 그랬다.
시간이 흐르자 크고 작은 사람들이 줄서서 웅성웅성 산으로 계곡으로 들어왔다. 관악산은 큰 자비를 베풀어 주며 사람들을 부르고 또 부르며 더위를 식혀주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고 있는데도 나는 아이로 돌아가 7학년 8학년 어르신들에게 물을 뿌리자 어르신들도 순간 서로에게 물 폭탄을 만들며 동심에 빠져들어 갔다. 우리들 옆을 지나던 아이가 어르신들의 물장구 치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다가 물에 신발을 떨어뜨렸다. 물은 어른아이 분별하지 않고 사심 없는 마음을 열어주고 부드러움과 상쾌함을 나눠주는 보살행을 베풀었다. 일생을 맑은 물처럼 살다 가신 성산종사는
“허공은 여래요 물은 보살 이라.”
하셨던가? 세월을 잡수신 어르신들이 보살삼매경에 들어 허공 같은 극락을 즐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
선방에서 모범적으로 선 정진을 하고 교리연마에 재미를 붙이신 어르신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늙어야지!' 하는 마음을 챙기게 되었다. 그 많던 동심 친구들이 한 분 한 분 열반의 세계로 떠나고 차례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동무삼아야 할 나이에 마음수행에 신심을 내서 종교적 깊은 수행을 부지런히 하며 일심을 모으고 지혜를 단련하는 일에 정성을 쏟는 모습은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격이 잘 익어가는 모습처럼 보인다. 나는 선방을 지도하며 그분들을 볼 때마다 숭고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분들을,
‘향내나는 우리 교도님들!’
이라고 부른다.
선방에 열심히 정진하시는 분 중에 고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을 하시고 서예로서 인격을 고매하게 닦으시며 원불교교리에 심취되어 매일 아침마다 신문지에 붓글씨로 경전의 요지를 쓰며 명상하시는 82세 되시는 교산 김인교 선생님이 계신다. 교산 선생님과 함께 서도수행과 수요선방에서 정진하시는 분 중에는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이셨던 7학년 연세의 제산 김제국 제가법사 선생님도 계신다. 그 분들은 선방 후 교리공부시간에 질 높은 문답을 통하여 선객들이 교리와 선에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각성을 주시고 지혜를 열어주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신다, 수요선방 정진시간에
“네가 있으므로 내가 행복 하다.”
는 진리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사람들은
“나이 80이면 돈이 있으나 없으나 같은 사람이고, 나이 90이면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이나 같다.”
고들 한다. 나이 70도 안 되어 주변사람들에게 ‘저사람 없는 것이 더 낳은 사람‘으로 전락하는 사람이 될까 두려워하면서 늙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성숙해가는 사람이 되도록 근면한 수행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 평균수명이 90 이상 되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현실이니, 삶의 끝자락까지
"네가 있으므로 내가 행복했다,"
는 인격으로 정진하여 내가 죽은 그날, 그 사람이 여태 살아 있었나 할 정도의 사람은 되지 말고. 님은 가셨어도 님의 흔적은 아름다운 향기로 기억되는 삶을 살아야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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